-공정하지 않은 세상을 향한 인류학 에세이
마쓰무라 게이치로 지음, 최재혁 옮김/한권의책·1만6000원 일본의 인류학자인 마쓰무라 게이치로는 스무살이던 1998년 대학교를 휴학하고 친구 두 명과 에티오피아로 떠난다. 지도교수가 에티오피아 전문가였던 데 자극을 받아서다. 사회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 나라는 불편한 것투성이다. 그럼에도 정신이상자도 병원에 가두지 않고 일반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처음 보는 외국인도 환대하며,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에티오피아인들의 행동 양식에 점점 젖어든다. 10개월간의 에티오피아 체류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평생 살아온 일본이 오히려 낯설게 보이기 시작한다. 지은이가 주목하는 지점은 여기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와 시장과 국가의 모습이 원래 그랬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말이다. 그는 사회가 특정한 방식으로 구축된 것이며, 허물고 다시 구축할 수 있는 구조물과 같다고 본다. 이런 사고방식을 ‘구축주의’라 부르며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권한다. 그가 구축 인류학의 관점으로 상품 교환(시장)과 증여(사회), 재분배(국가)의 경계를 뒤흔들고 경계를 넘어보자고 촉구하는 책이 <나는 왠지 떳떳하지 못합니다>이다. 그가 특히 일본에 돌아와 두드러지게 느낀 것은 일본사회가 지나치게 감정을 제어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다보니 걸인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을 보며 풍족한 나라에 사는 자신과 비교하며 느끼는 ‘떳떳하지 못함’과 같은 감정까지도 억누르게 된다고 지적한다. 걸인을 보고 드는 ‘떳떳하지 못한’ 마음을 억누르지 않고, 어려운 형편에서도 기꺼이 적선을 하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모습과 거리가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떳떳하지 못함’이라는 감정은 공평하지 않은 현실에 문제 의식을 느끼고 현실을 다시 구축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감정이라고 강조한다. 196쪽짜리 짧은 분량으로 현실을 보는 다른 관점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환기하면서 더 많은 공부로 이어지게 하는 발제문 같은 책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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