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 생명 뿌린 식물화석부터
바다-땅 누빈 기이한 동물화석들
인간의 뿌리 원시인류 화석까지
길고 장대한 35억년 역사 그려
바다-땅 누빈 기이한 동물화석들
인간의 뿌리 원시인류 화석까지
길고 장대한 35억년 역사 그려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뿌리와이파리·2만8000원 책을 펼치면, 독자를 반기는 첫 그림이 눈에 띈다. 맨 위쪽에 보이는 삽과 망치 든 사람들은 필경 화석을 찾아 나선 사람들인 듯하다. 그 발 아래 땅속을 보여주는 단면 그림엔 깊어질수록 신생대, 중생대, 고생대, 시생대로 더 먼 과거의 화석들이 ‘타임캡슐’처럼 켜켜이 묻혀 있다. 모든 지질시대가 시간순대로 차곡차곡 쌓여 고생물학자들의 고민을 덜어줄 만한 그런 이상적인 지층이 실재할 리야 없지만, 이 그림은 한눈에 35억 년 지구 생명의 역사를 요약해준다. 땅속은 그 자체로 지구 생명의 역사책이다. 화석은 그 역사책의 장과 절을 나누는 사건들이다. 자연이 역사책을 빚은 지은이라면, 고생물학자는 그 숨은 역사를 발굴하고 추적하며 해설하는 이들인 셈이다. 19세기 이래 발굴된 수많은 화석이 전해주는 지구 생명의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미국 고생물학자인 도널드 프로세로가 쓴 <진화의 산증인, 화석 25>는 경이롭고도 기이한 아주 먼 과거 생물의 모습과 생명 진화의 긴 사슬을 대표적인 스물다섯 가지 화석을 통해 보여준다. 지은이는 책의 25개 장에서 스물다섯 가지 화석을 하나씩 다루는데, ‘진화 역사에서 중요한 경계를 나타내는 화석’으로 선별된 것들이다. 최초의 다세포 생명체인 카르니아 화석, 안전한 바닷속 환경에서 나와 뭍으로 올라온 초기 식물 쿡소니아 화석, 물고기가 뭍으로 올라와 양서류 기원의 장에 이름을 올린 틱타알릭 화석, 깃털공룡들 사이에서 새의 꼴을 갖추어가며 ‘최초의 새’라는 이름을 얻은 아르카이옵테릭스 화석, 인류의 기원을 보여주는 ‘우리의 스타’ 루시를 비롯해 여러 호미닌 원시인류 화석 등. 지구 나이 45억 년 중에서 생물의 역사는 대략 35억 년을 차지한다고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화석 증거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역사는 대략 6억 년이라 한다. 모든 생물이 화석으로 전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골격 갖춘 생물이 좋은 퇴적층과 안정적인 지층을 만나야 억겁의 시간을 견딜 수 있다. 그래서 지구에 살다 사라진 무수한 생물 중에서도 너무나 적고 적은 일부의 일부만이 아주 운 좋게 화석으로 발굴된다. 그러다 보니 화석들은 크고 작은 논쟁을 거쳐야 한다. 더 많은 화석이 발굴되고 더 좋은 분석법이 등장하면서, 지구 생명의 역사책도 계속 수정되는 중이다. 25가지 화석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아는 지구 생명의 역사책에 새로운 장과 절을 만들고, 또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는 고생물학 연구의 역사이기도 하다.
지질시대와 화석의 역사를 단순화해 한눈에 보여주는 지층 단면 그림(왼쪽). 삼엽충의 복원도(오른쪽 위)와 모로코에서 발굴된 거대 공룡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의 머리뼈. 뿌리와이파리 제공
미국 고생물학자 도널드 프로세로.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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