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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난민 소녀에게 우린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까

등록 2018-06-28 19:42수정 2018-06-28 20:41

시리아 작가 ‘돌멩이 작업’
난민 소녀의 긴 여행 함께
차가운 돌로 절박감 더해
징검다리
마그리트 루어스 글, 니자르 알리 바드르 사진·아트워크, 이상희 옮김/이마주·9500원

“이방인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 폭탄이 떨어지지 않는 곳, 시장에 가다가 죽는 일이 생기지 않는 곳.”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평화를 찾아가는 물결이 끊이지 않는다.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다. 급작스레 몰려든 ‘제주 예멘 난민들’ 앞에서 우리 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응답을 해야 하나? 분쟁의 땅에서 평화의 땅으로 목숨을 걸고 ‘징검다리’를 건너온 이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 수 있는가?

난민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그림책의 주요 소재로 들어와 아픈 현실을 비춰왔다.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딪히는 물음의 답을 찾아가는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로 나온 <징검다리>는 ‘혐오’와 ‘포용’으로 갈라진 난민에 대한 두 시선을 잠시 고르고, 사람을 보라고 한다. ‘어느 난민 가족의 여행’이란 부제의 이 책은 8년째 지속되는 내전을 피해 탈출한 시리아 난민 소녀 라마 가족의 이야기를 시리아 작가 니자르의 ’돌멩이 그림’으로 이끌어간다. 독재자의 퇴출 요구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종교갈등과 국제전으로 번진 시리아는 인구 절반인 천만여명이 이웃 나라를 떠돈다. 무심한 돌멩이에 비친 난민 소녀의 힘겨운 발걸음, 차가운 돌이 빚는 사랑과 기쁨, 슬픔과 두려움의 표정이 이 책의 힘이다.

라마는 “그다지 오래지 않은 시절” 평화로웠다. 침대에서 엄마가 아침 차리는 소리를 듣고, 깔깔거리며 뛰어놀고, 자유롭게 학교에 가고 시장에서 과일을 샀다. 머잖아 삶이 영영 뒤집힐 줄은 몰랐다. 전쟁이 온 나라를 휩쓸고 나서는 모든 게 변했다. 먹을 게 줄었고 새들이 노래를 멈췄다. 처음에는 띄엄띄엄, 나중에는 줄줄이 떠났다. 라마네 가족도 폭탄을 피해 달아나야 했다. 이고 지고 땅끝까지 걸었다. “발은 자갈밭처럼” 딱딱해지고 “다리는 흙에 뿌리내린 나무” 같았다. 쪽배와 험한 파도에 내맡긴 운명은 위태했다. 모두가 무사히 바다를 건너진 못했다. 다행히도, 라마네 가족은 긴 여행의 끝에 온갖 걸 나눠주는 새 이웃을 만나 평화를 찾는다.

캐나다 작가인 마그리트 루어스는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돌멩이로 만든 그림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기를 안은 어머니와 무거운 짐을 진 아버지를 돌로 표현한 것. “딱딱한 돌에 생명을 불어넣은 예술가”를 수소문했다. 접착제가 없어 작품을 고정하지도 못했던 가난한 시리아 예술가와의 국적을 뛰어넘은 공동작업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림책 해설을 맡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씨는 “그림책이 어린이들에게 난민을 이해하고 감싸 안는 마음을 가지게 해 줄 징검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7살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사진 이마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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