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코엑스에서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제4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이 ‘출판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열렸다. 사진 조직위 제공
스마트폰과 다양한 영상 매체의 대중화로 책과 신문 등 문자를 읽는 독자층이 줄고 있다는 것은 수년 전부터 들어온 이야기다. 그렇다면 출판사들은 어떻게 변화한 시대에 발맞춰가야 할까?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주최의 ‘제4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에선 ‘출판 비즈니스 모델’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먼저 오디오북 시장이 국외에서 급팽창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팟캐스트가 수백만 청취자를 확보하며 부상하는 매체인데, 외국에선 오디오북이 팟캐스트 청취자들을 도서 시장으로 끌어오는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핵심인력인 성우(나레이터)가 이미 미국에선 유망 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성우 팬층도 적지 않아, 청취자들 사이에선 책 자체보단 특정 성우가 녹음했다는 것으로 구매를 결정하기도 한다고 한다. 아마존 그룹 ‘오더블’ 같은 거대 오디오북 회사에선 일반인들에게 성우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올해의 성우’와 같은 상을 주기도 한다. 발표를 맡은 김혜영 한국출판콘텐츠 전략기획팀장은 “현재 국내에선 오디오북 콘텐츠가 너무 적어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제작에 수천만원이 들어가지만, 일단 오디오북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수요는 확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가 독자들을 직접 만나 관계를 맺는 ‘멤버십 출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오늘날 너무 많은 출판사가 콘텐츠 함정에 빠져 있다. 질 좋은 콘텐츠 개발이 출판의 문제를 해결해주리라 믿고 콘텐츠 개발에 지나치게 역량을 쏟아붓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책을 만든 뒤, 많은 광고비를 들여 서점 매대에 배치하거나 온라인서점 메인화면에 노출하는 것으로는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강력한 콘텐츠 큐레이션(편집)에 바탕을 두고, 독자 회원을 모집해 책 판매와 함께 이벤트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멤버십 출판 모델을 전 세계 출판사들이 시험하는 중이라는 것. 장 대표는 “오늘날 출판은 단지 좋은 책의 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 통하는 친구들 사이의 가치 공동체로 진화 중”이라며 “출간하기 전에 독자를 개발하고 관리하며 충성도를 높인 후 출판은 나중에 하는 모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