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먼드 영 지음, 홍한별 옮김/양철북출판사·1만3000원 안녕, 내 이름은 샬럿이야. 내 친구 이름은 가이. 우리는 생김새는 다르지만 통하는 것은 많았어. 헌신은 기본이었지. 엄마가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 로트를 돌보면서 우리 둘 사이는 차츰 멀어지게 되었어. 로트를 돌보는 게 정말 쉽지 않았거든. 따뜻하게 보살피면서 엄마에 대한 상처를 잊게 해줘야 했으니까. 그래서 그랬을까. 막상 내가 딸을 낳았을 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어. 곁에 두는 것조차 꺼려졌지. 그때 로트가 이모 역할을 톡톡히 해줬어. 딸의 이름은 칼푸르니아. 카이사르 아내의 이름을 땄는데 그냥 편하게 코코아라고 부르더라고. 다행히 코코아는 유모를 포함해서 나 외에도 사랑해줄 이들이 많았어. 코코아가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났을까. 곁에 아무도 없었을 때 가만히 혼자서 코코아를 쳐다보니까 너무 예쁜 거야. 그때부터 온 정신을 쏟아 코코아에게 젖을 물리고 틈날 때마다 매만져 주고 그랬지. 15개월 뒤 코코아의 남동생, 카시오를 낳았을 때는 코코아가 동생을 보호해줬어. 셋째 칼린이 내 사랑을 독차지할 즈음엔 코코아와 카시오가 둘도 없는 남매가 됐더라. 먹을 것 하나라도 나눠먹더라고. 영국 코츠월드의 솔개 둥지 농장에는 나를 포함해 116마리의 소들이 이웃인 닭, 양, 돼지 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어. ‘사람’으로 칭해지는 유모 로저먼드 영이 오빠인 리처드와 함께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지. 사실 우리는 평생 친구를 맺고 서로의 아기를 돌봐주며 때로는 모욕감을 느끼기도 해. 나와 내 친구들의 소소한 일상을 더 알고 싶지 않니? <더 타임스>가 왜 우리의 이야기를 ‘2017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는지도 궁금할 테고. ’소’라는 한 음절 단어 안에 가두지 않으면 우리도 너희들과 똑같다는 사실만 잊지 말아줘.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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