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로 출간된 ‘디어 개츠비’, ‘재즈 시대의 메아리’,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 디자인은 대구에 본사를 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데일리 라이크’가 맡았다. 각 출판사 제공
이번엔 피츠제럴드다. 지난해 4월 마음산책, 북스피어, 은행나무 등 세 출판사가 함께 선보인 ‘개봉열독’ 이벤트가 올해는 ‘웬일이니! 피츠제럴드’로 돌아왔다.
지난해 세 출판사는 표지 전체를 종이로 싸서 제목과 지은이를 감춘 책을 판매했다. 출판사 이름을 따서 ‘마음산책X’, ‘북스피어X’, ‘은행나무X’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이 책들은 4월1일부터 24일까지 예약판매한 뒤 5월16일 자정에 책의 제목과 저자를 공개한 바 있다. 세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국외의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본 일본 교토의 ‘문고X’, 영국 옥스퍼드의 블랙웰 서점의 ‘서프라이즈 노벨’, 유럽 서점들의 ‘블라인드 데이트 위드 어 북’ 등 책 제목과 지은이를 가리고 파는 행사들에서 이 이벤트를 착안했다.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로 나온 세 권의 책등을 모으면 하나의 이미지가 완성된다. 오른쪽은 시리즈 세 권을 모두 사면 증정하는 특별부록. 각 출판사 제공
올해도 세 출판사가 의기투합했다. ‘개봉열독’ 프로젝트 기획회의에서 은행나무 출판사 편집자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낼 예정”이라는 이야기에 다른 출판사들도 각각 피츠제럴드의 산문과 편지를 출간하기로 했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언론사들에 이번 시리즈를 소개하는 편지에서 “일련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나누던 우리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모두들 스콧 피츠제럴드를 좋아하고 그의 책을 직접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은행나무)은 피츠제럴드가 아내 젤다와의 결혼생활을 다룬 자전소설, <디어 개츠비>(마음산책)는 영화 <지니어스>에서도 다뤄진 전설적 편집자 맥스 퍼킨스와 피츠제럴드가 주고 받은 서신을 모은 책이다. <재즈 시대의 메아리>(북스피어)는 재즈 시대의 몰락과 뉴욕에 대해 품었던 환상, 너무 일찍 성공한 사람이 겪는 문제 등에 관해 쓴 피츠제럴드의 에세이들을 모았다. 책 세 권을 사면 주는 특별부록 <웬일이니! 피드제럴드>(What the Fitzgerald)는 피츠제럴드가 젤다와 주고 받은 미공개 편지, 소설 뒷이야기, 미국 재즈 시대의 문화 담론 등 피츠제럴드를 한 층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글들을 모은 책이다.
세 출판사는 판형과 디자인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데일리 라이크’에 맡겼다. 주로 감각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 소품과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이 업체는 간간히 책 디자인과 공책 제작도 해왔다. 각각 알파카와 고양이, 여우가 그려진 세권의 책등을 모으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는 오는 20~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8 서울국제도서전에 차려진 세 출판사의 부스에서만 먼저 선을 보이고, 도서전 기간이 끝나면 온오프라인 서점에 깔릴 예정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이번 시리즈 책들을 소개하는 편지에서 일본에서 1인 출판사와 서점을 운영하는 기타다 히로미쓰가 쓴 <앞으로의 책방>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책 같은 건 읽지 않아도 즐겁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책을 읽는다고 배가 부르지는 않습니다. 보통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의 매력을 아무리 설명해도 책에 흥미를 갖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책이 있어 읽어보니 재미있더라’는 체험을 한 적이 없다면 책의 세계에 깊게 발을 들일 수 없겠죠. 때문에 책방의 역할은 그 ‘최초의 한 권’과의 만남을 좀 더 매력적으로 연출하는 것입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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