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퍼니휴 지음, 박경선 옮김/에이도스·2만원 너무 오래 혼자였나, 나이가 들어서일까, 둘 다인가…. 갈수록 느는 혼잣말이 께름칙한 당신, 이 책을 만나면 훨씬 개운해질지 모른다. 혼잣말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대화 능력’임을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뒤에는 훨씬 겸손해질지 모른다. 내면의 목소리는 오직 타자와의 대화로 발달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나’의 언어가 비롯된 곳은 나의 바깥이라는 견해다. 지은이 찰스 퍼니휴 영국 더럼대 교수(심리학)는 내적 발화가 타인의 목소리로 가득하다고 본다. 마음뿐 아니라 뇌에도 누군가 들어와 있어 인간은 “대화적 사고”를 한다. ‘심리학계의 모차르트’로 불리는 레프 비고츠키(1896~1934)는 내적 발화를 ‘외적 발화가 내면화된 형태’라고 정의했는데, 지은이는 비고츠키 이론 위에서 인간 의식의 비밀을 풀어간다. 성인이 되어도 하는 혼잣말, 소설 속 인물과 얘기하는 작가, 신의 음성을 들었던 중세 신비주의자들과 잔다르크, 아무도 없는데 주변에서 목소리를 듣는 환청…. 이런 ‘미신적’ 일들이 사회적 본성을 머금은 내적 발화의 분명한 예로 제시된다. 특히, 전통적 생물의학이 뇌 속 오류로 진단하는 환청을 조현병의 징후로만 볼 수 없다고까지 주장한다. 창의성을 대화적 사고의 일종으로 풀어내는 솜씨는 더 흥미롭다. “나는 나한테 충분히 대답하지 않았다”고 후회한 베케트, 동생에게 구구절절 편지(혼잣말)를 쓴 고흐, ‘독백’ 노트를 남긴 버지니아 울프. 심리학, 문학, 철학이 대화하는 이 책은 2016년 <포브스> <옵서버> 등이 ‘올해의 (뇌)과학 도서’로 꼽았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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