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응 지음/한울아카데미·3만9500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대학의 몰락’을 우려하지만 이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문제점을 가장 잘 짚어낼 수 있는 학자들 스스로가 대학이란 기성 시스템으로부터 십분 자유롭기 힘들다는 것을 난점으로 꼽는다. 그런 측면에서 고부응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사진)를 비롯해 한국의 대학과 고등교육 체계를 꾸준히 분석하고 비판해왔던 학자들의 존재는 특히 값지다. <대학의 기업화>는 고부응 교수가 그동안 발표해왔던 대학에 대한 비판적 논문들을 엮은 단행본이다. ‘학문공동체’로서 대학의 기원과 역사, ‘대학 기업화’의 원조가 된 미국의 대학 시스템, 미국의 시스템을 뒤따라 기업화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 대학의 현실 등 “지성의 비관주의”에 기반한 냉혹한 분석과 이런 현실을 타개할 급진적인 대안까지 담고 있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대학이 외부의 힘, 특히 국가 또는 자본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파고든다. 이마누엘 칸트는 <학부 간의 논쟁> 속 논의로, 훔볼트는 베를린훔볼트대학교의 설립으로 “자율적인 ‘학문공동체’”라는 근대 대학의 이상을 밝혔다. 이때 대학의 목적은 “국가 관리나 국가 체제에 순응하는 민족 구성원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구성하는 주체로서의 민족 구성원을 양성한다”는 데 있었고, 이런 차원에서 대학과 국가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놓일 수 있었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이와 달리 애초 사립대학으로 출발했던 미국의 대학 시스템은 외부의 힘, 곧 기업자본의 지배를 받기 쉬운 조건에 있었다. 때문에 공공재인 지식을 사고파는 등 빠르게 자본주의 체제로 변모했고, 종국에는 “대학 자본주의”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그 폐해가 깊어지고 전세계적 차원으로 영향을 끼쳤다. 사립대학이 중심이 되어 등록금에 기대어 굴러온 한국의 대학 역시 이러한 ‘대학의 기업화’ 현상의 최첨단을 달려왔다. 대중과 접점이 없는 논문 양산, 교수 지위를 옥죄는 경쟁 시스템, 이를 부추기는 대학평가와 학술지 제도 등 국가의 학술정책 속에서 학생과 교수는 기업식으로 관리되고, 교육과 연구의 결과는 기업자본에 봉헌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부응 중앙대 교수. 한울아카데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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