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칸트학회 기획 칸트 전집 출간
번역어 통일·초역·가독성 성과
짧은 번역기간에 완성도 우려
미번역 서신·강의록·유고 아쉬워
번역어 통일·초역·가독성 성과
짧은 번역기간에 완성도 우려
미번역 서신·강의록·유고 아쉬워
임마누엘 칸트 지음, 김상봉 이남원 김상현 옮김/한길사·3만5000원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김재호 옮김/한길사·3만2000원 도덕형이상학
이충진 김수배 옮김/한길사·3만5000원 석정 이정직이 1905년 펴낸 <강씨(칸트)철학설대약>으로 이마누엘 칸트가 국내에 소개된 지 113년. 우리는 언제쯤이면 우리말로 번역해 완결된 칸트의 전집을 가질 수 있을까? 이번에 한국칸트학회가 기획해 번역해내는 칸트 전집으로 ‘완간된 칸트 전집’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국칸트학회가 주도해 천차만별이었던 번역어를 통일하고, 상당수 저작이 초역이며, 가독성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에 걸맞지 않게 급박하게 진행된 번역은 한국 학술번역의 한계를 그대로 노정했다. 칸트 전집은 한국칸트학회가 기획하고 한길사가 최근 1차분 3권을 출간해, 내년 가을까지 모두 16권을 완간하는 대기획이다. 학회 소속 학자 34명이 대거 번역에 참여해 5~6년 동안 번역과 두 차례에 걸친 심사, 해제·역주 작업을 거쳐 순차적으로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비판기 이전 저작>(전 3권)은 95% 이상,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논리학>, <서한집>, <윤리학 강의>는 모두 국내 초역이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충진 한국칸트학회 회장(한성대 교양학부 교수)은 “이번 전집은 한국칸트학회에서 공인하는 번역서다. 앞으로 나올 다른 번역들은 이 전집을 기준으로 해서 더 잘된 것인지 못된 것인지 평가받을 것”이라며 전집 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전집 작업은 학회가 중심이 돼서 번역 원칙과 번역어를 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회에선 지난 2014~2015년 모두 네 차례의 학술대회를 열어 번역 원칙과 용어를 통일했다. 특히 칸트 철학의 기본 용어인 ‘transzendental’과 ‘a priori’를 어떻게 번역할지를 두고는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각각 ‘선험적’, ‘선천적’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쪽과 ‘선험론적’, ‘선험적’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 결정을 내리기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용어만 두고 두 차례의 학술대회에서 발표와 토론을 벌이고, 용어조정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조정 작업을 거쳤다. 결국 각각을 ‘선험적’, ‘아프리오리’로 번역하기로 결론 내렸다. 칸트 전집 5권을 번역한 김재호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는 “칸트 철학에서 사용한 ‘transzendental’ 같은 용어는 이후 헤겔, 셸링, 후설, 하이데거가 이어받아 사용했는데, 번역어가 통일되지 않아 그동안 다른 학회에서도 혼란이 많았다. 한국칸트학회에서 번역어를 정함으로써 통일된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칸트 전집 1차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번역에 참여한 칸트학회 회원 학자들이 전집 발간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길사 제공
이마누엘 칸트가 살았던 프로이센 쾨니히스베르크, 지금의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 세워진 이마누엘 칸트의 동상. 출처 위키미디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