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랑 쓰고 그리고 만들고 찍다/사계절·1만2800원 ‘나’는 부동산에서 우연히 말도 안 되는 조건의 집을 소개받는다. 집주인은 두 개의 욕실 가운데 하나에서 지낼 것이며 다른 곳은 모두 ‘나’ 혼자 써도 좋단다. 하루에 한 번 살아 있는 밀웜으로 집주인의 식사를 챙겨야 하고, 변기에서 반신욕하는 것을 좋아하니 청소하거나 물을 내릴 때 각별히 주의하기만 하면 되는 조건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집주인은 연두색 개구리다. 이렇게 ‘셰어하우스’ 생활을 하다보니, ‘나’는 개구리씨에게 주기적으로 직접 옷을 만들어 선물하게 된다. 대학 생활을 시작한 개구리씨에게 ‘맨투맨’ 티 한 벌과 청바지 한 벌을, 힙합에 빠진 개구리씨에게 금목걸이로 치장한 힙합 패션을, 자수를 배우려는 개구리씨에게 자수 장식의 부드러운 면 셔츠와 복고풍 나팔바지를 마련해주는 식. 엘비스 프레슬리를 동경했던 개구리씨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지만, ‘나’는 아예 ‘엘비스 의상실’을 차리게 된다. 작가가 직접 만들어낸 아기자기한 ‘생활예술’ 작품들이 책 전체를 빼곡하게 채운다. 개구리씨와 개구리씨의 의상들은 자투리 천에 그림을 그리고 색칠한 다음 손바느질로 삐뚤빼뚤 꿰매어 만들었고, 플라스틱 병뚜껑 틀이나 빨대, 스팽글 등을 활용해 이를 치장했다. ‘힙합 스웨그’를 보여주는 금목걸이는 다름아닌 작가의 팔찌. 작품들을 직접 사진으로 찍고,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담아냈다. 앙증맞지만 나름대로 화려한 엘비스 의상은, 작가의 말대로 “시간과 마음을 들여 자세히 들여다볼 때 비로소 보이는 그 재미나고 귀여운 모습”을 잘 보여준다. 후속편 <엘비스 의상실 다이어리>에서는 말린 열매와 씨앗으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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