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의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밝히고 있다.
“북-미가 나름의 계산으로 관계 개선을 하는 것은 맞지만, 북-미가 신뢰할 수 있는 촛불정부가 남쪽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이런 개선도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사진)는 5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내놨다. 이 책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창비담론 아카데미’에서 ‘분단체제론과 변혁적 중도주의’를 주제로 7차례 발표하고 토론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그는 남북 정상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남북 화해가 이뤄지는 현 상황을 “일종의 국가연합을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정세에 대해서도 대체로 낙관했다. “일각에서 걱정하는 것은 ‘북-미 양쪽이 챙길 것 챙기고 또다시 대결 상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거다. 하지만 양쪽이 이득을 챙기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돌아갈 이유도 없어진다. 특히 이 문제에 목숨이 걸린 우리가 있는데, 우리를 무시하고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변덕이나 미국 내 반발 때문에 후퇴할 경우를 우려한다. 하지만 미국이 이제는 그걸 취소할 수 있을 만큼 옛날처럼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나라가 아니다.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문 대통령까지 함께 3자 종전선언을 하면 이 모멘텀(추진력)은 되돌리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서 오는 12일 북-미 회담 이후 정전선언의 발표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미국이 북에 비핵화를 요구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 조치도 해줘야 한다. 그런데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기에 정전선언이라도 먼저 해서, 북쪽이 비핵화 조치를 서두르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교수의 가장 큰 고민은 ‘북이 개방했을 때 남북 주민들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목표가 얼마나 달성될 수 있을까’라는 문제다. “평화협정이 맺어지고 남북연합이 진행된다고 해서 남북의 민중의 삶이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경제개발을 하는데 남한의 환경운동가가 문제를 제기하면 이를 ‘반동’이라고 생각할 거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남쪽 기업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던가, 동아시아 협의 기구를 만들어 개입하는 방식 등의 지혜가 필요하다. 남한의 시민운동단체와 민간교류사업자들이 분단체제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6·13 지방선거 이후에도 자유한국당의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친북 좌파 타령을 하며 탄핵으로 초토화된 잔당을 모아서 남은 먹을거리라도 챙기려는 전략이 이제 약효가 다 한 것 같다. 너무나 초라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된 거대 야당이 다시는 힘쓰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바른미래당이 자신들이 바로 ‘보수다운 보수’라고 말하는 정당이고, 실제로 사회경제정책을 보면 합리적인 데가 있다. 하지만 아킬레스건은 남북 문제다. 이 문제에서 가장 비합리적인 자유한국당과 다를 것이 없는 노선을 추구하면서 합리적 보수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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