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티 글·그림, 서애경 옮김/문학동네·1만6800원 그림 작가인 구스티는 신에게 “조건 없는 사랑”, 곧 티끌 한 점 없는 진실한 사랑을 경험할 기회를 달라고 빌었고, 신은 그에게 아들 말코를 보내줬다.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말코는 “엄청난 군대를 이끌고 구스티의 성으로 쳐들어왔”다. 처음에 그는 “(말코는)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 아니었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뒤 “가장 좋은 그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말코, 네 이름>은 부제 그대로 그가 남들과 “조금 다른 속도로 살아가고 있”을 뿐인 아들 말코의 이야기를 일기처럼, 만화처럼, 낙서처럼, 자유로운 표현으로 담은 책이다. 말코의 엄마인 아네는 “이 아기에겐 ‘그렇게’ 나올 권리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코의 형인 테오는 “얼굴이 초록색이든, 빨간색이든, 파란색이든, 머리칼이 은색이든, 키가 작든, 뚱뚱하든, 말코는 늘 사랑스러운 내 동생”이라고 말한다. 지은이 역시 “우리에게 닥친 일이 불행도 고통도 아니며, 그저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책은 그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권리가 있는 말코의 다양한 모습과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풍성하게 보여준다. 비둘기에 홀딱 빠져서 소리를 질러대는 말코, ‘얼음 땡’ 놀이에 빠져 있는 말코, 수술을 받으면서도 의기양양한 모습의 말코, 아빠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는 말코…. 지은이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말코는 이제 열 살이 되었”으며, “여전히 영리하고 고집이 세다”고 전한다. 흔히 사람들은 장애 아이를 ‘기회가 없는’ 아이로 여기거나, 반대로 천사로 떠받들곤 하는데, 지은이는 “그저 어떤 특성을 가진 아이들, 사랑받을 권리가 있는 아이들일 뿐”이라고 말한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말코와 말코 가족의 재미있는 일상도 찾아볼 수 있다. 전 연령.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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