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청년문화공간제이유(JU)’에서 열린 제3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저자의 탄생’을 주제로 열렸다. ‘책의 해’ 조직위 제공
출판 시장에서 국내 저자의 책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고 있지만, 출판사의 저자 관리 시스템과 정부의 지원 사업 편중 등으로 저자 확보가 어려운 현실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3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청년문화공간제이유(JU)’에서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제3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저자의 탄생’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 김형보 어크로스 출판사 대표는 국내 저자 발굴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김 대표는 “출판 시장은 갈수록 외서에서 국내서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만나기 어려운 저자가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접속할 수 있는 저자가 출판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좋은 책을 꾸준히 낼 수 있는 국내 작가의 폭이 좁고, 이미 출간된 외서를 출간하는 것에 비해 “국내서는 저자로부터 일정에 맞춰 안정적인 원고를 수급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영상 불확실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3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청년문화공간제이유(JU)’에서 열린 제3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에서 김형보 어크로스 출판사 대표가 국내 저자 수급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해’ 조직위 제공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비문학은 소외시키고 문학에 집중하는 정부의 지원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문학인 지원사업은 ‘세종도서 문학나눔’, ‘아르코 창작 지원금’,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 사업’ 등 11개에 이르는 데 비해 비문학 저술가나 번역가는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문학 저술가도 문학인처럼 예술인 복지법의 지원을 받으며, 집필 공간을 제공받고, 국공사립대학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창작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따른다면 우수한 국내 저자들이 발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판사나 기획사에서 저자의 이력과 저작권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저자 매니지먼트 사업’의 활성화를 출판 시장 위기의 돌파구로 삼자는 제안도 나왔다. 홍순철 비씨(BC)에이전시 대표는 “작가 매니지먼트 사업은 일차적으로 작가들에게 안정적인 집필 활동을 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주고, 여러 2차적 저작권의 가능성을 탐색함으로써, 그들의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대형 출판그룹인 하퍼콜린스, 랜덤하우스 출판그룹이 강연·오디오북·영화·드라마화·국외저작권을 담당하는 자회사·부서 등을 활발히 운영하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또한 스웨덴의 ‘살로몬손 에이전시’는 10년 전만 해도 변방 취급을 받던 요 네스뵈 같은 북유럽 작가들과 영화 등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배우 송중기와 박보검이 소속된 블러썸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 블러썸크리에이티브가 지난해 김영하, 김연수, 김중혁 작가 등과 ‘크리에이터’로 계약을 맺은 것을 홍 대표는 “전환기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글·사진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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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2018 책의 해’를 맞아 ‘책의 해’ 조직위원회에서 매달 주최하는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을 올해 말까지 모두 10차례 보도합니다.
3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청년문화공간제이유(JU)’에서 열린 제3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에서 홍순철 비씨(BC)에이전시 대표가 저자 매니지먼트 사업의 필요성을 발표하고 있다. ‘책의 해’ 조직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