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전문번역가 정영목 첫 저작
번역론과 작가론 각각 모아서 출간
“잘 읽히는 번역 나쁜 번역일 수 있다”
필립 로스 사망에 “큰산 사라진 듯”
번역론과 작가론 각각 모아서 출간
“잘 읽히는 번역 나쁜 번역일 수 있다”
필립 로스 사망에 “큰산 사라진 듯”
정영목 지음/문학동네·1만2500원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정영목 지음/문학동네·1만4000원 처음 들어보는 외국 작가의 이름이라 그냥 넘어가려다가 번역자의 이름을 보고 다시 책을 살펴볼 때가 있다. 이 번역자가 옮겼다면 분명 중요한 작품이겠거니 싶어서다. 베르베르와 움베르토 에코의 번역자 이세욱, 과학책 번역가 김명남, 그리고 필립 로스와 커트 보니것 등의 영문학 번역가 정영목이 그런 이름들이다. 신뢰할 만한 번역자의 이름은 유명인의 추천사보다 갑절은 더 무게가 나간다. 항상 누군가의 뒤에 자신의 이름을 뒀던 27년차 번역가 정영목(사진)이 처음으로 자신의 자리를 한 칸 앞으로 옮겼다. 그가 그동안 발표한 번역론을 모아 낸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소설을 번역하고 쓴 옮긴이의 말과 작가론, 칼럼들을 묶은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이 같이 나왔다. 정영목은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서 번역에 대해 발언을 할 기회가 많았다. 지난 2014년부터는 매년 황현산, 고종석, 정재승 같은 전문가들을 초대해 번역을 주제로 토론하는 ‘번역대담'의 대담자로서, 한국 번역가들의 얼굴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표현을 그는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번역가가 자신이 아닌 작가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한다. 밥벌이를 위해 부업으로 번역을 시작했으며, 지금도 자신은 생업에 충실할 뿐이라며 말이다. 그는 자신이 하는 번역이 예술이 아닌 장인의 기술과 같은 것이라 담담히 말한다. 번역을 두고 제기되는 ‘직역이냐 의역이냐’ 같은 문제는 그에게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가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에서 반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번역다운 번역은 번역 같지 않은 번역'이라는 모순적 인식이 지배하는 현 상황이다. 그는 번역을 판단하는 기준이 이런 식으로 획일화되면 ‘번역 냄새가 나지 않는, 매끄럽게 잘 읽히는 가독성 높은 글'로 번역이 규격화되고 보수화될 것이라 걱정한다. 그렇다면 번역가가 추구해야 하는 번역은 뭘까. 그는 번역이 모국어와 외국어 사이에서 제3의 언어, 회색의 언어를 생성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번역의 중요한 역할이란 곧, 번역된 작가가 한국의 독자들이 읽는 문학에 전에 없던 새로운 목소리를 보태도록 하는 것이라 말한다. “외국어 번역의 충격으로 등장한 제3의 언어, 회색의 언어가 기존 한국어의 변경에 자리를 잡으면서 한국어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번역이 할 수 있는 중요한 기여라는 것이다. “어색하고 낯설고 생경한 면을 통해 우리의 현실 속에 어떤 것이 없음을 알려주고, 또 바깥에서 온 언어가 우리의 현실과 어딘가 어긋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번역의 역할이라고 할 수도 있다.”
번역가 정영목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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