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 지음/동아시아·1만6000원 과거 많은 사람들은 ‘위기십결’(圍棋十訣) 등 바둑에서 인생의 교훈을 찾았다. 그렇다면 ‘21세기의 바둑’이라 할 수 있는 전략시뮬레이션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에서 인생의 교훈을 찾아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지금은 그 인기가 한물 지났다지만, ‘스타’는 정보사회의 기념비적인 고전 아닌가. <쇼 미 더 스타크래프트>는 사이버 게임인 ‘스타’를 프리즘 삼아 군사·전략, 경제·경영, 정치·외교의 이론과 실제를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연평도 포격에 분개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고, 안보 공부를 한 뒤 통일부에서 일하고 있다는 지은이의 이력이 흥미롭다. 지은이는 ‘3의 패러다임’, ‘란체스터의 법칙’(다수가 소수를 쉽게 이기며 그 피해도 훨씬 적다) 등을 동원해 ‘스타’ 속 각 종족별 특성과 서로 간의 ‘상성’, 그에 따라 파생되는 전술·전략의 방향을 논하는데, 고금의 전술·전략 이론과 실제 역사적 사례 등과도 찰떡같이 맞아떨어진다. 북한의 핵개발, 미사일방어(MD) 체제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등 한반도의 현실을 ‘스타’에 비추어 풀이하는 대목도 신선하다. 지은이는 우리나라에 사드를 배치하되 “한반도 비핵화에 유의미한 진전이 생길 경우, 사드를 미국 본토로 철수시킨다”는 단서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시한다. “사드가 영구적으로 돌아가는 ‘터렛’(‘스타’에 나오는 포탑’)이 아니라, 북핵 문제만 해결되면 언제든 철수할 수 있는 ‘골리앗’(성능은 ‘터렛’과 같지만 이동 가능한 유닛)임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미·중 패권다툼 속에서 한국의 국익을 훼손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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