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 30돌 특별기획 | 베스트셀러로 본 30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본점의 종합베스트셀러 코너에 꽂혀 있는 베스트셀러 책들을 한 독자가 지켜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ea@hani.co.kr
성공 위한 7가지 습관에 빠져들어
이야기·수프·치즈·마시멜로 등
청년 향한 달콤한 힐링 메시지
인문학 과학 분야 멘토도 맹활약 90년대 본격적인 세계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국 사회의 변화는 근본적인 것이었다. 영어, 컴퓨터 등 기능을 습득하기 위한 ‘실용서’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고정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컴퓨터 길라잡이>(1995),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1993) 등에는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열망이 스몄다.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자기계발’ 담론의 원조로 평가받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1994)이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한국 정치와 사회의 부조리를 짚어내거나 성찰하는 <김대중 죽이기>(1995),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1995) 같은 책들이 같은 목록에 올라와 있다는 점이 오히려 이채롭게 여겨질 정도다. 외환위기의 충격은 ‘위로’에 대한 갈증을 낳았다. 피폐하고 지친 사람들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1996),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1998) 등 개인의 내면을 보듬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였다. 동시에 이들은 “급격한 사회 변동에 대한 불안과 순응”(이원석)을 주입하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1998)를, “돈 앞에서 너의 욕망에 정직”(전성원)하라고 말하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2000)를 읽었다. 자기계발에 대한 욕망과 무한경쟁, 그리고 이 쓰디쓴 현실을 ‘위로’(또는 ‘힐링’)라는 당의정으로 감싸는 것은 오늘날까지도 끝없는 변주를 거치며 이어지고 있는 베스트셀러의 주된 흐름이다. <마시멜로 이야기>(2006), <시크릿>(2007) 등이 이를 보여준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2010년대 멘토, 힐링 등의 열쇳말을 반영하기도,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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