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지음/인물과사상사·1만3000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지난 2016년 겨울, 서울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노랫말이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대중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가슴이 울컥하는 경험을 공유했다. 그렇게 노래는 대중을, 그리고 광장을 뜨겁게 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영미씨는 <광장의 노래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에서 “노래를 함께 부른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집단성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라고 말한다. 작게는 학교에서 교가를, 크게는 광장에서 대중가요 및 민중가요를 함께 부르며 연대감을 느끼고 함께 지향하는 가치를 확인한다. 책은 두 가지에 집중한다. 노래, 그리고 광장. 애국가, 삼일절 노래, 광복절 노래 등 다양한 노래가 불렸던 4·19혁명, 훌라송을 부르며 군부독재정권 타도를 외쳤던 1980년, 박근혜 전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하야가를 불렀던 2016년 겨울의 이야기를 통해 노래가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가슴을 덥히는지 알 수 있다. 지은이는 “광장은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점에도 주목한다. 1980년 서울의 봄, 1987년 6월 항쟁, 2016년 촛불혁명까지 대중이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일들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았다. 광장이 대중의 노래가 흘러넘치는 ‘열린 공간’이었다면, 정부가 세운 웅장한 공연·행사장 건물은 권위를 상징하는 ‘닫힌 공간’이었다. 1978년 박정희 정부가 광화문 광장 바로 옆에 세운 세종문화회관은 대표적 사례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트로트와 민중가요가 울려퍼지기 시작한 건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야 가능했다. 심지연 기자 rji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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