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하 지음/한울림어린이·1만2000원 사람들이 소· 염소· 닭과 함께 살아가는 곳, 한여름 낮에는 나무 밑 평상에 모여 벌레 울음소리 들으며 더위를 쫓고 밤에는 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별똥별 보는 곳, 한평생 농사 지으며 힘겹게 키워낸 자식들을 도시로 떠나보내고 그리움 삼키는 곳…. 어딜 가나 ‘마을’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누군가 말하는 ‘우리 마을’ 이야기는, 듣는 모든 이에게도 ‘우리 마을’을 떠올리게 만든다. <우리 마을이 좋아>는 여느 시골에 있을 법한 ‘우리 마을’의 전형적인 모습과 그 속에 흐르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따뜻한 펜화로 담아낸 그림책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자신의 삶을 그림책으로 만드는 등 ‘그림책 마을’로 거듭난 충남 부여의 송정마을이 모델이지만, 작가는 “우리 동네, 우리 가족을 떠올리며 그렸다”고 한다. 누구의 기억과 경험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마을’들은 서로 너무나 닮았다. “고생고생 참 말도 못해” 할 정도로 힘겨운 삶 속에서도 마을 어르신들의 마음은 넉넉하기만 하다. 내가 먹지 못하더라도 “봄에는 산딸기랑 물앵두가 참 좋”고, 간신히 가꾼 농작물을 “고라니가 먹고, 너구리가 먹고, 오소리가 먹고, 맷돼지가 먹고, 다 먹”어도 “그래도 워찍혀, 심어야지. 지들이 먹든지, 내가 먹든지” 한다. “그래도 나는 우리 마을이 좋아.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지. 땅으로 바람으로 돌아가는 거지. 얼마나 좋아” 하는 마지막 독백에 마음이 저릿해진다. 그림책 작가들이 송정마을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풀이해낸 ‘송정마을 그림책’ 시리즈로, <안녕, 야학당> <한 입만!>과 함께 나왔다. 송정마을 어르신들은 자기 삶을 직접 그림책으로 만든 ‘내 인생의 그림책’ 23권을 펴낸 바 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채록한 <하냥 살응게 이냥 좋아>도 함께 보면 좋겠다. 초등 저학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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