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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앞으론 ‘낙하산’ 출판진흥원장 못 내려온다

등록 2018-04-19 19:39수정 2018-04-20 00:39

출판진흥원 정관 변경 발효
기관 차원 임원추천위 의무화
“정부 낙하산 논란 방지 차원”
19일부터 원장 재공모 시작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기관 차원에서 임원추천위원회를 두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의로 3년 임기 원장을 임명해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절차를 견제하는 차원이다. 변경된 정관에 따라 구성된 임원추천위는 이날 오후 원장 초빙 공고를 다시 내, 출판계 추천 후보들의 중도 사퇴로 원점으로 돌아간 원장 추천 절차를 다시 시작했다.

19일 <한겨레>가 입수한 ‘출판진흥원 정관 개정 주요 내용’ 자료를 보면, 진흥원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정관에 임원추천위를 구성하는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어 18일 문체부가 정관을 승인해 변경된 정관의 효력이 발휘됐다.

개정 내용은 진흥원 비상임이사를 2분의 1 이상, 진흥원 이사회가 선임한 외부인사를 2분의 1 미만으로 임원추천위를 구성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진흥원은 비상임이사 4명, 대학교수 2명, 문체부 국장(당연직) 1명 등 7명으로 추천위를 꾸렸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나뉘는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공공단체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를 구성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기타 공공기관은 이 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임원추천위를 구성할 의무가 없다. 그 결과 그동안 문체부 산하의 기타 공공기관 중에선 한국영상자료원만이 원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있었다.

2012년에 신설된 진흥원은 그동안 2명이 임명됐지만 모두 출판계 사정을 잘 모르는 친정부 인사들을 앉혔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명박 정부의 최광식 문체부 장관은 1대 원장으로 이재호 동아일보 출판국장을, 박근혜 정부의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2대 원장으로 이기성 전 계원예술대학교 출판디자인과 교수를 임명했다. 그때마다 한국출판인회의 등 출판 단체들은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하며 임명 철회 시위를 벌였으며, 이기성 전 원장 시기 진흥원은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류지호 진흥원 원장 대행(불광출판사 대표)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그동안 출판계에서 정부에 요구했던 사안이 이번에 관철됐다. 이번 정관 개정으로 문체부의 개입 정도가 제한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출판계 민간 차원에서 진행됐던 진흥원 원장 추천위원회도 그 구성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말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등 25개 출판 관련 단체들은 자체적으로 원장 추천위원회를 꾸려, 지난 1월 한철희 돌베개 대표와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를 추천했다. 하지만 두 후보가 백지신탁·매각 등으로 출판사 소유권을 정리하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해, 진흥원은 이날 다시 원장 초빙 공고를 냈다. 공모 기간은 이날 오후부터 다음 달 2일까지로, 공개 모집만이 아니라 단체의 추천도 받기로 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다음 주 초에 출판 단체들과 새로 만들어진 진흥원의 임원추천위에 전적으로 맡기자는 1안, 공개토론회 개최 등 의미 있는 소통 시도를 했던 민간 원장추천위의 장점을 살려 다시 구성하자는 2안을 두고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흥원은 정관을 변경하며 원장 단임제를 못 박았다. 이전엔 원장은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었지만,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 때문에 연임 조항을 없애고, 중임을 금지했다. 또한 후임 원장 선임이 지연될 경우 후임 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원장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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