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욱 엮음/푸른역사·2만9500원 1945년 8월15일 일제의 패망으로 한국은 ‘해방’됐다. 이때부터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까지의 시기를 흔히 ‘해방 공간’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미국·소련에 의한 새로운 ‘점령’의 시기이기도 했다. ‘해방의 공간’으로도, ‘점령의 시간’으로도 읽을 수 있는 이 한 단락은 한국 현대사의 ‘원형’을 이룬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기로 꼽힌다. <해방의 공간, 점령의 시간>은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 젊은 연구자들이 지난 10여년 동안 이 시기를 말해주는 다양한 자료들을 발굴하고 토론해온 결과물을 묶은 책이다. 미군정 자료 발굴 및 연구에 힘을 쏟아온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가 엮었다. 우선 ‘해방의 공간’이면서 ‘점령의 시간’이었던 이 시기의 성격적 규정을 시도한 첫번째 논문이 눈에 띈다. 미군의 남한 점령은 ‘헤이그 규약’을 근거로 삼았는데, 핵심 내용은 “피점령 지역은 점령국의 영토가 아니며 이 지역의 주권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이 임시정부를 비롯한 한국인의 자치정부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점령 지역의 주권정부 부재’라는 모순이 발생했다. 결국 미군정은 ‘사실상의 정부’를 자임하는 데까지 나아갔는데, 미군정 산하 ‘법률심의국’의 자료들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다양한 법률 해석을 생산해냈다. 이는 자의적으로 “통치 및 정책 결정의 주체”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한 미군정의 지위와 성격을 잘 드러내어준다.
여운형과 김규식이 주도해 만든 좌우합작위원회의 1947년 해단식 사진. 좌우합작위원회는 해방 공간에서 조미공동회담을 여는 등 미군정과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1946년 7월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공판을 다룬 신문기사.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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