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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젠 알 수 있을까 여성시가 말하는 것

등록 2018-04-05 19:06수정 2018-04-05 20:50

남자들은 모른다-여성·여성성·여성 문학
김승희 지음/마음산책·8000원

17년 전, 이 책에 대한 언론사들의 리뷰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왜 여성들이 이토록 호전적인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여성시가 왜 ‘여성다움’을 잃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남성 평자들의 장탄식이 지배적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김승희 시인(서강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이 쓰고 엮은 ‘페미니스트 여성 시 앤솔로지’ <남자들은 모른다-여성·여성성·여성 문학>이 새로 나왔다. 출판사 마음산책은 2001년 첫 출간한 뒤 장기간 품절되었던 이 책의 표지를 바꾸어 선보이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 시인이 뽑은 70년대 이후 여성 시인들의 작품 44편, 각종 여성주의적 비평, 여성 시인과 여성 문학 이야기가 실렸다. 지은이는 ‘여성적 주체’에서 ‘여성주의적 주체’로의 인식 전환이 여성시의 ‘현대적’ 특질의 출발점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 전환을, 그들이 속한 세계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다.

성별 위계에 괴로워하고 자신의 존재 부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나쁜 여자’ ‘미친 여자’들의 목소리는 세상과 불화했다. 그들의 시는 불온했다. 현실의 허구성을 폭로하며 권력의 손아귀 틈새로 빠져나간 그들의 언어는 “결혼, 애인 되기, 어머니 되기, 자기 어머니 발견, (…) 성폭력, 환상, 잔혹, 자기비하, 자기살해, (…) 죽음충동 등등”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선집에 소개된 5명의 여성시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바 있다.

요즘은 ‘여성’과 ‘여성성’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거의 상식이 되다시피 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곱디고운 여성성을 제쳐두고 “광기와 타나토스”가 넘실대는 여성시들이 던진 충격파가 만만찮았다. 페미니즘이 화두가 된 요즘, 이 책의 재출간을 격하게 환영하는 이들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총 176쪽 8000원이라는 가격도 요즘 책값에 견줘 가볍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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