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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신도, 다민족 지배에 동원된 ‘제국의 종교’

등록 2018-04-05 19:05수정 2018-04-05 19:41

제국신도의 형성-식민지조선과 국가신도의 논리
아오노 마사아키 지음, 배귀득·심희찬 옮김/소명출판·3만5000원

일본의 ‘국가종교’처럼 취급받는 ‘신도’(神道)는 전후 극우세력이 다시 집결하는 구심점으로서 우려의 눈길을 끌곤 한다. 아베 정권의 배후라는 의심을 받는 ‘일본회의’와 신도의 밀접한 관계(한겨레 2017년 8월18일치 ‘책과생각’ 3면)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신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극우세력의 온상이 되었는지 명쾌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 근대사 연구자인 아오노 마사아키 일본 모모야마학원대학 교수가 쓴 <제국신도의 형성>은, ‘국가종교로서 신도의 형성에 뜻밖에도 ‘식민지 조선’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새로운 관점을 내놓는다. 흔히 일본의 단일민족주의에 기댄 신도가 제국주의 시기에 ‘내지’를 넘어 식민지까지 강요됐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지은이는 오히려 ‘다민족 제국주의적 내셔널리즘’의 관점까지 동원해야 신도의 본질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곧 신도는 애초 식민지 조선에서 만들어졌으며, 이후 ‘내지’로 역수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인 셈이다. 때문에 지은이는 단일한 국가 테두리 안에서 국민교화의 도구라는 뜻의 ‘국가신도’와 다민족 체제를 염두에 두고 그 제국주의적 성격에 방점을 찍는 ‘제국신도’를 구분한다.

일제식민지 시기 엽서에 실린 ‘조선신궁’의 전경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일제식민지 시기 엽서에 실린 ‘조선신궁’의 전경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일본 신도가 모시는 태양신)가 식민지 조선에서 신으로 모셔지는 과정은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첫번째는 강제병합을 앞뒤로 일본인 이주자들이 자치적으로 신사시설을 짓기 시작한 단계다. 두번째는 ‘조선신궁’을 지어 진좌(1925년)한 단계, 세번째는 조선총독부가 전시에 식민지 조선의 지방제사 기관을 정비하고 신앙심을 향상시키는 운동인 ‘심전개발운동’(1935년 제창)을 폈던 단계다. 지은이는 두번째 단계까지는 주로 단일민족 내셔널리즘이 반영됐으나, 세번째 단계부터는 다민족 내셔널리즘의 요소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본다.

주목할 것은 조선총독부가 ‘심전개발운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경신숭조’(신을 공경하고 조상을 숭배함)란 논리, 곧 “중추민족(일본인)이 아닌 조선인도 자기 ‘조상’을 숭배하면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에게 ‘귀일’할 수 있다”는 논리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두 민족의 조상이 원래 같다고 주장하고, 서열의 차이는 있지만 조선인이라도 자기 조상을 숭배하면 천황을 정점으로 삼는 믿음의 시스템에 편입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실제로 총독부는 조선 고래의 신들을 신격화한 ‘구니타마노 오카미’를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와 같은 조상이랍시고 합사하는 방식으로 이 논리를 실체화했다.

지은이는 이 대목에서 “애초 단일민족주의에 입각했던 서열화가 제국 내의 다민족을 상정한 내셔널리즘, 곧 ‘동아민족’의 바탕 위에 기획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30년대 초반까지도 조선의 신들은 하나로 통합해야 할 단일민족주의적 인식 대상(‘국가신도’)으로 여겨졌지만, 심전개발운동기에 들어서면 서열관계에 입각한 “다민족 제국주의적 내셔널리즘(‘제국신도’)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종교의 문제만을 깊이 파고들지만, 그 작업 전반에서 단일민족을 넘어 다민족을 염두에 두고 내셔널리즘을 구축하고자 했던 제국주의의 복잡한 작동 원리를 읽을 수 있다. 또 신도를 일본인 고유의 민족종교로 다시금 자리매김하려는 일본 극우세력의 구상과 시도가 얼마나 역사적 맥락에서 일탈된 것인지 잘 보여준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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