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김진호 지음/창비·1만6000원 지금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버스로 신도들을 실어나르고, 반동성애와 반페미니즘을 외치는, 사회 발전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적폐 세력의 최후의 보루가 됐다. 한국 개신교는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 <권력과 교회>는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 강남순, 박노자, 한홍구, 김응교 등 자신의 영역에서 기독교를 사유해온 4명의 학자와 나눈 대담을 담았다. 다섯 사람이 각각 풀어내는 한국 기독교의 맥락과 현상에 대한 분석이 촘촘하다. 1970년대 이후 서울의 강남 개발과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재산 증식이 이뤄진 이들은 김영삼(충현교회)이나 이명박(소망교회) 같은 ‘오야붕’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다닐 수 있는 대형교회에서 자신들의 높아진 신분을 확인했다. 다른 한편, 서울 은평구 달동네에서 시작해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일군 조용기 목사는 ‘부자 되고, 건강해지며, 영적으로 구원받는 것이 하나’라는 ‘3박자 구원론’으로 밑바닥 대중의 욕망에 부응하며 교세를 키웠다. 책을 읽어갈수록, 사람들이 조롱하는 한국 교회가 사실 일그러진 우리 현대사가 낳은 ‘부모를 닮은 자식’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결국, 교회의 모판인 이 사회가 “고강도·장시간 노동 착취 사회”(박노자)를 벗어나는 등 더 살기 좋은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기독교 내부에서 깨어 있는 교회들이 “예수를 탈교리화하고, 예수가 우리에게 준 가장 중요한 가르침인 환대, 책임,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로 돌아가는 것”(강남순). 이 두 가지 방향의 운동이 파국에 이른 한국 기독교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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