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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성폭행 피해경험 작품에 ‘나의 저항’ 담고 싶었다”

등록 2018-03-26 16:27수정 2018-03-26 21:20

소설 ‘다크 챕터’ 작가 리 간담회
10년 전 30살때 15살 소년에 피해
작년 출간 뒤 10개국에 판권 ‘호응’
성폭행피해자 옹호단체 만들기도
“SNS 통해 피해경험 공유 중요”

26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한길사 주최로 열린 <다크 챕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지은이 위니 리는 “영국에서도 성폭행 사건은 10건 중 1건꼴로 신고가 되는 상황이다. 성폭행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때 다른 피해자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길사 제공
26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한길사 주최로 열린 <다크 챕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지은이 위니 리는 “영국에서도 성폭행 사건은 10건 중 1건꼴로 신고가 되는 상황이다. 성폭행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때 다른 피해자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길사 제공
“주변 사람들이 내 경험을 조롱하거나 비하하지 않고 사실로 믿어주고, 자신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해준 게 상처 회복의 중요한 열쇠였다.”

26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한길사 주최로 <다크 챕터>의 작가 위니 리(40)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책은 대만계 미국인인 리가 자신의 성폭행 경험을 토대로 쓴 장편 소설이다. 그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런던에서 영화제작자로 일하던 서른살 때인 2008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를 여행하던 중 15살 소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사건이 일어난 후 5년간 내 삶을 재건하고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책을 쓰면서 피해자들에게 정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자신을 수치스러워할 게 아니라 저항하고 회복할 수 있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성폭력은 무조건 가해자의 잘못이다. 피해자가 수치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수치심은 내가 만들어내는 감정이다.”

사건 발생 9년 만인 지난해 출간된 작품이자 그의 첫 소설로 10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영국 <가디언>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에 선정되기도 했다. 책에서 가해자를 서술하는 부분은 유랑민 가정의 15살짜리 소년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모두 지은이가 인터뷰와 연구 자료 등으로 창작해냈다. “이 소년이 내 인생을 망가뜨리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무엇이 이 소년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이 소년의 성장 배경과 범죄의 요인을 파악하고 공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성폭력 문제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가해자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앞으로 성폭력 피해를 근절하고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는 현재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성폭력에 대한 공개 담론과 소셜미디어(SNS)의 영향을 연구 중이다. 또 성폭행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단체 ‘클리어 라인스 페스티벌’(The Clear Lines Festival)의 공동설립자이기도 하다. 이 단체는 2015년과 2017년, 예술과 토론을 통해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행사를 영국에서 개최했다. “클리어 라인스는 (여성의 의사 표시엔 가부간의) 선명한 선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도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여성이 자신의 위에 있는 상사들에게 피해를 본 사건에서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기는 쉽지가 않다. 이상적인 이야기이긴 하나, 여성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정말 아니라고 인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성과 관련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이 페스티벌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5일 방한한 그는 29일까지 방송 출연과 국내의 성폭력 피해자들을 만나는 일정 등이 예정돼 있다. “서구에서도 중상류층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면 언론에 보도되지만,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 같은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면 이슈가 되지 않는다. 큰 문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자신의 피해 경험을 알리는 것은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사회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공유되면 여러 개의 점이 연결되듯 연대가 구축될 수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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