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소영 지음/뉴스앤조이·1만3000원 페미니스트 기독교인. 두 정체성이 현실에선 형용모순처럼 여겨지는 당신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책이다. 한 손에 기독교, 또 한 손에 페미니즘을 든 이들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교회 언니’들은 ‘믿는 페미’ ‘갓페미’ 등의 모임으로 페미니즘을 통한 교회 쇄신을 외친다.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은 이런 페미니스트 크리스천에게 단단한 지적 발판을 제공한다. 지은이 백소영은 ‘태초’에 신이 만든 창조질서를 전제하는 신학과 세상에 ‘원래란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사회학 간 원거리를 연결해온 기독교사회윤리학자다. 우선, 지은이는 태초의 페미니스트로 하나님을 소개한다. 페미니즘을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언어를 가지지 못한 시스템 안에서 배제되고 박탈됐던 경험으로, 이것을 경험한 모든 자와 연대하며, 함께 문명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사상이자 실천”이라 정의하는데, 이것이야말로 “하나님 나라 비전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서 페미니즘이 오늘날 거스를 수 없이 밀물지기까지 흐름이 생생히 재생된다. 시기·체계별 페미니즘을 정리하는데, 이 책의 중요한 기점은 세 번째 장인 ‘기독교 페미니즘의 네 가지 패러다임’이다. 넷 중 핵심인 ‘여성주의적 입장에서 기독교 전통을 재해석한다’는 입장이 나머지 장(‘전통의 재구성’ ‘페미니즘으로 성경 읽기’)으로 이어지며 심화된다. 책은 지난해 청어람 에이아르엠시(ARMC) 강연에 살을 덧붙인 것. 가장 많은 청중이 교회 전통을 ‘새롭게 재생산한다’는 이 대목에 공감했다고 한다. 창조성은 신을 정의한다. 신성을 지닌 인간 역시 창조성으로 정의된다. 우리를 정의하는 바로 그것이 우릴 살릴 때가 많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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