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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여자는 왜 허기지는가

등록 2018-03-08 19:28수정 2018-03-08 19:32

헝거-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사이행성·1만5800원

그녀는 12살에 외딴 오두막에서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부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지 못했지만, 그 남자아이들은 주변 모든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고, 그녀는 ‘걸레’라는 새 이름으로 불렸다.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살을 찌우기로 결심한다. “그와 같은 폭력을 또다시 겪으면 살 수가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았고 나의 몸이 역겨워지면 남자들을 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먹었다. (…) 지방 덩어리는 새로운 몸을 형성했고 이런 몸이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나를 안전하게 느끼게 했으며 그때는 안전의 느낌만큼 중요한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었다.” 20대 말의 어느 때, 그녀는 자신의 가장 무거운 체중을 기록했다. 키 190㎝에 몸무게 261㎏.

<헝거>의 작가 록산 게이. 사이행성 제공
<헝거>의 작가 록산 게이. 사이행성 제공

자신을 더는 아이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라고 느낀 그는 친구도 사귈 수가 없었다. 대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가 바로 <나쁜 페미니스트>로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로 떠오른 록산 게이(44). 그가 자신의 몸과 삶에 대한 처절한 기록을 담은 <헝거>는 미국 수십 개 주요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이 책은 내 몸, 내 허기에 관한 책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라지고 싶고 다 놓아버리고 싶으면서도 그와 동시에 너무나도 많은 것을 원하는, 간절히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사람에 관한 책이다.”

<헝거>의 작가 록산 게이. 사이행성 제공
<헝거>의 작가 록산 게이. 사이행성 제공

여성학자 정희진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열패감과 좌절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나는 ‘감히’ 그녀가 부러웠다. 그녀는 ‘해냈다’. (…) ‘예쁨’, ‘스타일’, ‘정상성’에 온 신경을 쓰면서 자신과 타인을 억압하는 모든 이에게 권한다. 그리고 인생이 힘든 모든 이에게 권한다. 용기란, 인생이란, 페미니즘이란, 글쓰기의 모범이란 이런 것이다.”

주변에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자신이든 누구든, 이 책을 선물해주기를 바란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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