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만세 지음, 반려인 신소윤 옮김/21세기북스·1만4800원 동료 기자 중에 고양이가 있다. 올림픽 은메달이 컬링 ‘팀 킴’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듯, <한겨레>도 고양이를 구성원으로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무려 고양이를! 국내 최초 고양이 저널리스트 ‘만세’ 애니멀피플팀 명예기자는 동물 기사를 쓴다. 이분의 언어가 인간 것과 달라 그의 반려인 신소윤 <한겨레> 기자가 옮겨 적는다. 만세 기자의 첫 책 <나는 냥이로소이다>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잘 사는 법을 철저히 동물 시점에서 내다본 에세이다. 인간과 동물을 동반자 관계로 인정하는 한, 우리는 두 존재가 동행하는 길을 너무 인간중심적으로만 고민하지 않았을까. 산책 나온 동물의 입을 몸길이만으로 틀어막으려는 시도부터, 이미 버림받은 존재의 안락할 리 없는 죽음(죽임)까지. 동물의 눈에 비친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철거 예정’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모른다. 커다란 ‘OK' 표시 뒤에 나의 친구들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재개발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동물들은 곧 무너질 예정인 건물에 몸을 기대고 산다. 동물들에게는 계고장 따위도 날아들지 않는다.” 아파트 건설로 집을 잃은 친구들만큼, 길에 사는 친구들도 걱정이다. “집고양이의 평균수명은 길고양이보다 네댓 배나 길어. 비가 내릴 것만 같은 밤이면 네가 꼭 생각난다. 겨울은 잘 넘겼는지, 누군가 먹을 것을 조금씩 나눠 주긴 하는지.” 그는 반려인 부부, 이들의 사려깊은 아이 ‘지우’, 몸이 약한 강아지 형 ‘제리’와 살고 있다. 동물과 인간이 꾸린 이 가족의 일상에서 사랑은 (기쁨 같은) 감정 이상임을 깨닫는다. 이들은 서로의 보호막이 되었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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