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아우구스티누스, 맑스, 벤야민. 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
한상원 지음/에디투스·1만6000원
기독교적 종말론적 신학은 미래의 어느 때 재림할 메시아에 의해 역사가 종말을 맞아 구원이 이뤄지리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렸지만, 이들의 역사철학 또한 미래의 어느 때 역사의 최종목적이 실현되고 현재의 상태가 극복될 것이라는 구조 자체는 종말론적 성격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그 최종목적을 칸트는 ‘목적의 왕국’, 헤겔은 ‘이성을 통한 자유의 실현’, 마르크스는 ‘자유의 왕국’ 등으로 설정했지만, 그 구조는 불가피하게 신학적이었다.
파울 클레, <앙겔루스 노부스>(새로운 천사), 1920년작. 이스라엘뮤지엄 소장.
한상원 충북대 철학과 교수는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에서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발터 베냐민의 논의를 빌려와, 이런 근대 세계의 직선적인 역사철학의 ‘세속화’를 더욱 급진적으로 끌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독일 훔볼트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한 교수의 첫 국내 저작이다. 지은이가 베냐민의 논의를 통해 분석한 세속화된 근대세계는 기독교의 섭리신학을 세속적 영역에 끌고 와 물질적인 것, 자유주의 경제학에 초월성을 부여했다. 그렇기에 베냐민이 말한, 이 ‘지옥’과 같은 현세라는 세속적 공간에 등장해 세계의 진행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메시아적 사건’을 지금 다시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적 통제로부터 벗어나 있는 초월적 영역을 사회 내부로 ‘내재화’하는 일, 이를 통해 신성시된 그 권력을 ‘세속화’하는 것은 오늘날 신자유주의화된 극단적 자본주의 논리의 신화에 대항하는 정치의 과제”라고 말한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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