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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대구 ‘자갈마당’, 그 인권유린 현장의 기억

등록 2018-02-18 15:01수정 2018-02-19 14:40

100년 된 성매매집결지 철거 앞두고
오석근 등 사진가 3명 작품집 발간
대구여성인권센터의 구술 기록도 실려
자갈마당, 2016~2017. 사진 전리해. 사월의눈 제공
자갈마당, 2016~2017. 사진 전리해. 사월의눈 제공
“내 시간 다 보낸 거 같은 느낌. 제일 중요한 시기에 거기서 시간을 보내가지고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놨잖아요. 좀 뭐라 해야 되지, 그 부분만 없애고 싶은 거 있잖아요, 그 부분만. 다시 그 나이로 돌아가면 절대 가기 싫은 거.” “내가 유산시킨 게 스무번 넘게 시켰어. 내가 세어본 게 스무번이야.” “나는 그게 되게 궁금해, 일제 때 우리 같은 언니야들도 이렇게 했을까?”(사진집 <자갈마당> 중 성매매 여성의 구술)

대구 자갈마당은 1908년 일제가 만든 유곽으로 시작돼 100년 넘게 운영됐다. 저습지대인 이곳은 비만 오면 땅이 질척해지기 때문에 자갈을 많이 깔아놓았던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1990년대 후반엔 대구시와 중구청에서 이곳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섹스타운’(성인위락지구)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으로 백지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200m 떨어진 곳에 1200가구가 넘는 대단위 아파트에 주민들이 입주하는 계획이 잡히자, 구청에선 철거 작업에 들어가 현재 진행 중이다.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성매매업소 62곳에 350여명이 일하는 규모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론 업소는 20여곳, 성매매 여성들은 80여명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자갈마당 26호, 2016. 사진 황인모. 사월의눈 제공
자갈마당 26호, 2016. 사진 황인모. 사월의눈 제공
지난 20년간 대구여성인권센터는 자갈마당 문제에 오래 관여해왔다. 이들은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는 마땅한 일이지만, 당사자 여성들의 생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고, 인권유린의 현장으로서 역사에 대한 성찰도 없이 재개발을 명목으로 마구잡이로 장소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것을 우려”(최윤정 독립큐레이터)했다. 이에 자갈마당을 기록하기 위해 2016년부터 성매매 여성들의 구술 작업을 시작했다. 이어 13명의 예술가가 사진과 영상, 설치미술 등 각자의 방식으로 자갈마당을 작품으로 만들어내 그해 말 ‘자갈마당 기억변신 프로젝트 2016’이란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이 중 사진가 오석근, 전리해, 황인모의 사진을 모은 사진집 <자갈마당>을 최근 대구의 사진책 전문출판사 사월의눈에서 펴냈다.

사진집 <자갈마당> 작업에 참여한 사진가 황인모(왼쪽부터), 전리해, 오석근. 대구여성인권센터 제공
사진집 <자갈마당> 작업에 참여한 사진가 황인모(왼쪽부터), 전리해, 오석근. 대구여성인권센터 제공
사진집에는 운영 중이거나 철거 작업으로 폐허처럼 변한 성매매업소의 안과 밖, 손목에 흉터가 있는 전직 성매매 여성의 신체 등 다양한 사진이 실려 있다. 작업을 기획한 최윤정 큐레이터는 사진집에 실은 해설에서 “자갈마당이 사라지기 전에 그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남겨야 한다는 간절함은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확대해야 한다는 당위로 이어졌다. 장면을 포착하는 시선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경직되지 않고 다양한 사유의 지점들을 열어두는, 강요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스며들고 공진하는 활동으로서, 그렇게 이 프로젝트에 예술이 결합되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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