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 지음, 악셀 세플러 그림, 이주희 옮김/시공주니어(2012) 책 읽는 사람은 줄었지만 원천 콘텐츠로서 책의 영향력은 남아 있다. 이 계절에 개봉한 영화 <원더>나 <패딩턴2> 같은 작품은 모두 원작의 인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심지어 한국에서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한 뮤지컬 <캣츠>도 원작이 있다. 흥미롭게도 원작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의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라는 동시집이다. 현대시의 시작을 알린 난해한 시를 쓰는 걸로 악명이 높은 <황무지>의 시인이 동시집을 썼다는 것도 놀랍지만, 시집을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것도 의외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캣츠>란 죽기 전에 한번은 봐야 하는 뮤지컬이다. 방탄소년단을 떠올리는 화려한 군무,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의 연기, 바브라 스트라이전드도 불렀던 그 유명한 노래 ‘메모리’까지, 관객 입장에서는 공연을 보기도 전에 감동받을 준비를 마치고 입장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뮤지컬을 보고 나온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유명해서 보긴 봤는데 대체 줄거리가 뭔지 모르겠다고 당황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캣츠>는 엘리엇의 동시집이 원작이다. 당연히 드라마가 없다. 미국인이면서도 영국에 귀화한 엘리엇은 성공회 신자였다. 대부로서 자신의 대자들에게 편지를 쓸 때 동시를 한편씩 써 보냈다. 윗세대는 아랫세대에게 삶의 지혜를 전하고 싶은 법.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현대시를 쓰는 엘리엇이지만 대자들에게 보내는 시에서는 인간군상을 빗대어 고양이들의 다양한 면모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지혜로운 주머니쥐 할아버지’란 바로 엘리엇이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엘리엇은 백이면 백 사람이 모두 다르듯 고양이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럼 텀 터거처럼 뭐든 반대로만 하는 반항아 고양이도 있고, 마카비티 같은 악당 고양이도 있다. 극장 문지기로 일하는 거스처럼 늙어서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먹고 사는 고양이도 있다. 그래서 엘리엇은 다양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리드미컬하고 풍자적인 시로 들려주고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고양이는 개가 아니며, 고양이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한 척하면 화를 내고, 존경의 표시를 해야 마침내 고양이를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고 말이다. 어디 고양이만 그렇던가. 다만 뮤지컬에서는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엘리엇의 미발표시 ‘그라자벨라, 화려했던 고양이’를 추가해 일 년에 한번 젤리클 무도회에 모여 천상으로 올라갈 고양이를 고른다는 이야기로 꿰어냈지만 상대적으로 이야기성은 약할 수밖에 없다. 태어날 때부터 핸드폰을 끼고 사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읽으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작이 있는 영화나 뮤지컬을 즐길 기회가 있다면 꼭 서로 다른 미디어가 어떻게 이야기를 전달하는지를 비교해보기 바란다. 보여주는 영상 미디어와 달리 묘사하는 문자 미디어의 세계는 훨씬 더 성찰적이고 의미가 깊다. 초등 3~4학년.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 지음, 악셀 세플러 그림, 이주희 옮김/시공주니어(2012) 책 읽는 사람은 줄었지만 원천 콘텐츠로서 책의 영향력은 남아 있다. 이 계절에 개봉한 영화 <원더>나 <패딩턴2> 같은 작품은 모두 원작의 인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심지어 한국에서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한 뮤지컬 <캣츠>도 원작이 있다. 흥미롭게도 원작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의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라는 동시집이다. 현대시의 시작을 알린 난해한 시를 쓰는 걸로 악명이 높은 <황무지>의 시인이 동시집을 썼다는 것도 놀랍지만, 시집을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것도 의외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캣츠>란 죽기 전에 한번은 봐야 하는 뮤지컬이다. 방탄소년단을 떠올리는 화려한 군무,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의 연기, 바브라 스트라이전드도 불렀던 그 유명한 노래 ‘메모리’까지, 관객 입장에서는 공연을 보기도 전에 감동받을 준비를 마치고 입장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뮤지컬을 보고 나온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유명해서 보긴 봤는데 대체 줄거리가 뭔지 모르겠다고 당황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캣츠>는 엘리엇의 동시집이 원작이다. 당연히 드라마가 없다. 미국인이면서도 영국에 귀화한 엘리엇은 성공회 신자였다. 대부로서 자신의 대자들에게 편지를 쓸 때 동시를 한편씩 써 보냈다. 윗세대는 아랫세대에게 삶의 지혜를 전하고 싶은 법.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현대시를 쓰는 엘리엇이지만 대자들에게 보내는 시에서는 인간군상을 빗대어 고양이들의 다양한 면모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지혜로운 주머니쥐 할아버지’란 바로 엘리엇이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엘리엇은 백이면 백 사람이 모두 다르듯 고양이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럼 텀 터거처럼 뭐든 반대로만 하는 반항아 고양이도 있고, 마카비티 같은 악당 고양이도 있다. 극장 문지기로 일하는 거스처럼 늙어서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먹고 사는 고양이도 있다. 그래서 엘리엇은 다양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리드미컬하고 풍자적인 시로 들려주고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고양이는 개가 아니며, 고양이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한 척하면 화를 내고, 존경의 표시를 해야 마침내 고양이를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고 말이다. 어디 고양이만 그렇던가. 다만 뮤지컬에서는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엘리엇의 미발표시 ‘그라자벨라, 화려했던 고양이’를 추가해 일 년에 한번 젤리클 무도회에 모여 천상으로 올라갈 고양이를 고른다는 이야기로 꿰어냈지만 상대적으로 이야기성은 약할 수밖에 없다. 태어날 때부터 핸드폰을 끼고 사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읽으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작이 있는 영화나 뮤지컬을 즐길 기회가 있다면 꼭 서로 다른 미디어가 어떻게 이야기를 전달하는지를 비교해보기 바란다. 보여주는 영상 미디어와 달리 묘사하는 문자 미디어의 세계는 훨씬 더 성찰적이고 의미가 깊다. 초등 3~4학년.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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