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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탄광 갱도처럼 아슬아슬했던 시대

등록 2018-02-08 19:46수정 2018-02-08 20:02

너는 검정
김성희 지음/창비·1만4000원

소설의 서사, 에세이의 문체, 시의 리듬을 갖춘 그래픽노블. 르포 만화의 새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는 김성희 작가의 신작이다. 그의 만화가 주는 감동은 탄탄한 전형에 정결하게 담긴, 작가의 단순화된 정신에서 늘 왔다. 용산 참사(<내가 살던 용산> <떠날 수 없는 사람들>)와 삼성 반도체공장 백혈병 문제(<먼지 없는 방>), 비혼 여성의 현실(<몹쓸 년> <오후 네시의 생활력>) 등 시대와 호흡하는 주제를 주로 택해온 그가 이번엔 1980년대 가난과 뒤틀린 이념이 뒤범벅된 시대의 소용돌이를 그린다.

<너는 검정>은 태백산맥 탄광촌을 배경으로 이곳에 사는 주인공 소년 ‘창수’의 독백이 스토리를 이끈다. 80년 4월 강원 정선군 사북읍에서 벌어진 탄광노동자 총파업 사건인 사북항쟁 뒤 탄광촌에서 ‘빨갱이’라는 낙인이 불러들였던 무참함, 광부들이 처했던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 갱도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가정을 부축해야 했던 어머니들의 삶을 칭칭 감은 가부장제가 가감 없이 기록됐다. 이 모든 비극이 폭우로 쏟아지는 곳이 ‘창수’다. 보충수업비로 뒷돈을 챙기려는 선생들의 계획을 알게 된 ‘창수’는 친구들과 수업 거부 운동을 한다. 주동자로 지목돼 ‘빨갱이’가 된 ‘창수’. 선생들은 ‘창수’와 친구가 서로 때리게 한다. “우리는 그들이 아니라 서로를 미워하는 쪽을 선택했다. 서로를 미워해야 끝이 난다.” 어른의 세계처럼. “막장이 무너졌을 때 아버지가 다친 건 돌더미 때문이 아니라 공포에 미쳐버린 동료 때문이었다.”

결국 가족과 살던 곳을 떠나는 ‘창수’를 작가는 까만 터널로 그린다. 썩어서 뼈만 남은 짐승의 내부처럼 보이는 그림체의 갱도를 닮은.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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