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현 지음/생각의힘·1만4000원 그는 지금도 휴전선 비무장지대의 한가운데에서 지뢰를 밟고 서 있는 악몽에 시달린다. 꼬박 16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긴박했던 15분이 남긴 트라우마는 좀체 가시지 않는다. “그해 겨울밤, 찬바람이 휴전선 철조망에 부딪혀 꺼이꺼이 울음을 토하던 그 밤에, 북한군 대남 심리전 방송국에서 근무하던” 그는 목숨을 건 귀순을 감행했다. 방금 전까지도 동료였던 북한군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곤 에이케이(AK)자동소총뿐이었다. <조난자들>은 2002년 초 스물두살 나이에 무장탈영해 군사분계선을 넘은 주승현이 한국에 정착해 살면서 경험하고 느낀 소회를 털어놓은 이야기다. 자전적 회고록처럼 쓰였지만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에 관하여’(책의 부제) 작심하고 발언하는 절절한 호소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1부에서 탈북 이후 삶을 담담히 돌아본다. 2부에선 해방공간에서 백색테러로 악명 높았던 서북청년단(1940년대), 최인훈 소설 <광장>의 이명준으로 표상되는 전후 경계인들(1950~60년대), 북송 재일동포들과 이중간첩 이수근의 비극(1960~70년대), 독일 유학생 신분으로 밀입북과 탈북을 오간 오길남(1980년대), 주체사상의 대부였던 비운의 망명객 황장엽(1990년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3만여 탈북자들의 고난(2000년대 이후)까지, 분단 상황에서 “부유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아우른다. 이 책이 한 탈북자의 비망록을 넘어, 분단체제의 모순이 남과 북 양쪽 사회에 드리운 질곡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고발하는 분단 서사로 읽히는 까닭이다.
1961년 8월 동독 군인으론 최초로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독에 온 한스 콘라트 슈만의 탈출 장면을 찍은 이 사진은 ‘자유를 위한 도약’으로 명명됐다. 그러나 정작 슈만은 탈출 후 우울증과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통일 뒤 귀향했으나 냉대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생각의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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