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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고양이, 그 뻔뻔하고 치명적인 매력

등록 2018-01-25 19:22수정 2018-01-26 10:00

거실의 사자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마티·1만6000원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다. 혼자만의 세계에 머무는 날에는 나는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설령 그가 날 돌아보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언제나 그를 기다릴 것이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을 두고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를 왜 사랑하는 걸까.

지은이 애비게일 터커는 그의 책 <거실의 사자> 서문에서 자신이 사랑에 빠졌음을 고백한다. 그가 사랑하는 대상은 좁은 도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반려동물, 고양이다. 인간에게 의존적이고 넓은 공간이 필요한 개와 달리 고양이는 정기적인 단백질 공급과 혼자 쉴 수 있는 시공간이면 함께하기 충분하다. 도도한 눈빛과 유연한 걸음걸이, 기다리다 포기할 때쯤 살짝 보여주는 귀여운 애교에 홀린 전 세계 수많은 집사는 터커처럼 고양이와 함께 살기 위해서 그를 소유하기를 포기했다. 인간은 고양이에게 도움을 ‘드리고’ 기분을 ‘살피는’ 영원한 패배자다.

미국 자연과학 잡지 기고자였던 애비게일 터커는 어느날 문득 자신이 기르는 이기적이고 식탐 많은 고양이 ‘치토스’에게 헌신하는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져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미국 자연과학 잡지 기고자였던 애비게일 터커는 어느날 문득 자신이 기르는 이기적이고 식탐 많은 고양이 ‘치토스’에게 헌신하는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져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고양이는 어떻게 거실을 호령하는 사자가 된 걸까. 고양이는 인간을 집사로 선택해 제 발로 우리 곁에 왔다. 인간이 개는 1만5천년 전부터 길렀지만, 고양이를 돌본 것은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이다. 처음에 인간은 단백질만 먹는 육식동물 고양이와 고기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였다. 인간은 호랑이 같은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 먹다 남긴 고기를 먹다가 직접 고기를 구하도록 진화했다. 그러다 수렵과 채집 생활에 지친 인간이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고양잇과 동물들은 야생을 인간에게 빼앗기게 된다. 그들 중 작은 동물인 고양이는 숲으로 돌아가지 않고 스스로 가축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고양이의 매력은 지금부터다. 고양이는 인간과의 동행을 선택한 후에도 가축 같지 않은 행동을 한다. 인간과 반대로 야행성인데다, 영역동물이라 다른 생명과 공간을 나눠쓰지 않았다. 가족을 형성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홀로 사냥하고 홀로 잠드는 고고한 생활은 유지했다. 물론 모든 고양이의 선조 격인 야생의 리비카 살쾡이 종보다 지금의 고양이는 뇌가 조금 줄었고, 다리가 조금 짧아졌고, 울음소리가 좀 더 다정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가축들이 인간의 손길을 필요로 하도록 적응한 것과 달리 고양이는 야생에서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저자 애비게일 터커는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스미소니언 산하 자연사 기관, 미국 최대 길고양이 보호협회 등을 찾아다니며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등 다방면으로 취재했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저자 애비게일 터커는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스미소니언 산하 자연사 기관, 미국 최대 길고양이 보호협회 등을 찾아다니며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등 다방면으로 취재했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당당하다 못해 뻔뻔해 보이기까지 한 고양이에게,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애초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고양이가 하루에 하는 일이라고는 허공을 바라보며 일광욕을 하다 잠드는 게 전부인데,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다. 새나 개 등 다른 동물과 달리 얼굴 정면에 커다란 두 눈, 동그란 얼굴과 통통한 볼, 작은 코, 갓난아기와 비슷한 3.6kg의 평균 몸무게까지, 고양이는 아기와 닮았다. 아기를 보고 미소짓듯 인간은 고양이의 귀엽고 신비로운 얼굴을 보며 빠져든다. 이쯤 되면 고양이는 태초에 ‘인간 마음’이라는 집의 주인이었을까. 인간을 위한 봉사는 쥐잡기 하나뿐인데 말이다.

고양이의 인간 정복기 같은 초중반부를 지난 후, 저자는 고양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어느 기후 조건에서도 살아남은 고양이 때문에 고통받는 새들과 고양이 사진이나 영상에 지배당한 오늘날의 소셜미디어 소식 등이다. 고양이를 사랑할 준비가 된 당신이라면 알고 있으면 좋을 이야기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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