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원 지음/미세움·1만5000원 장시간 노동과 함께 이 나라 발전을 가로막고 국민 행복을 해치는 망국병을 꼽으라면 그것은 수도권 집중과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부제가 ‘세종시는 수도가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형 문장으로 이뤄진 건, 역으로 세종시가 수도가 돼야 이 망국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확고한 믿음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권력과 자원을 지방에 고르게 분산하고 이를 통해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는 게 이 시대 최고의 과제라는 건 지은이가 현장 기자로 20여년 이상 뛰는 동안 줄곧 놓지 않은 주요 화두다. 세종시는 그 바로미터에 해당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독자들은 지은이의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간 배치에 대한 식견, 이 시대 한국인의 삶을 옥죄는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통찰을 접할 수 있다. 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고자 한 세종시의 애초 구상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두루 짚는다. 행정수도가 애초 충남 연기군의 허허벌판에 세워지기보단 일부 행정부처가 자리잡은 대전으로 가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판단, 세종시가 도시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각종 국립 단과대학이 들어서야 한다는 제안, 세종시에서 한참 떨어진 충북 오송에 고속철도역을 만든 것은 패착이라는 진단 등은 이 책이 단순한 하나의 귀결점을 향해 치닫고 있지 않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통일 전까지는 계속 남쪽 행정수도로 치달아 갈 수밖에 없는 세종시의 의미와 그 미래상을 두고 이 책은 건설적 논쟁을 촉발하는 방아쇠로서의 구실을 하기에 충분하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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