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스 지음, 한정은 옮김/영림카디널·2만원 알렉상드르 뒤마는 <몽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 <철가면>의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아들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는 순박한 귀족 청년과 불치병에 걸린 매춘부의 순애보를 그린 소설 <춘희>를 썼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원작이다. 여기, 또 한 사람의 뒤마가 있다. 소설가 부자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인 토마 알렉스 뒤마(1762~1806). 카리브해의 프랑스 식민지였던 생도맹그(오늘날 아이티)에서 몰락한 백인 귀족 아버지와 흑인 노예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근위기병대 이등병으로 입대해, 뛰어난 용맹과 리더십으로 전공을 쌓았다. 프랑스 대혁명(1789년)의 격변기에도 공화주의 신봉자이자 대혁명의 열렬한 열렬한 지지자라는 점을 민중들에게 인정받아 화를 피했으며, 나폴레옹 휘하에서 최고 사령관까지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럼에도 종국에는, 검은 피부의 사생아인데다, “스스로를 세계 정복이 아닌 세계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군인이라고 생각”한 신념 때문에 나폴레옹의 눈밖에 나 투옥됐다가, 풀려난 뒤엔 44살 나이에 병으로 스러진 뒤 잊혀져간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의 작가이자 역사가, 저널리스트인 톰 라이스의 <검은 몽테크리스토>는 프랑스 대혁명(1789년)의 숭고한 이상과 시대적 한계를 온 몸에 새긴 비운의 영웅의 삶을 생생하게 재구성한 평전이다. 원제는 ‘더 블랙 카운트(검은 백작)’. 실제 토마 알렉스 뒤마가 작위를 받은 적은 없지만, 아들 뒤마가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에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한 것에 착안했다. 구체적 상황 묘사에서 문학적 상상력을 입히긴 했지만, 방대한 문헌 조사와 사료 취재가 뒷받침된 역사 팩션이다. 지은이는 2대 뒤마가 아버지를 기록한 회고록 뿐 아니라, 그의 출생증명서, 지인들과 주고 받은 편지, 군 복무기록과 전장 보고서, 삼부회의와 국민의회 등의 공문서, 왕의 칙령과 법령 등 수천건의 자료를 뒤졌다. 토마 뒤마의 생애는 프랑스에서 계몽주의와 자유·평등·박애라는 혁명 정신이 정점에 이른 시기와 겹친다. 그가 태어나던 바로 그해에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나왔다. 흑인 노예 출신이 프랑스로 건너와 상류사회 문화를 익히고 군 최고위직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뒤마는 “문제는 노예가 아니라 흑인”이라며 곧이어 인종주의와 노예제를 부활시킨 당대 프랑스 사회의 이중성을 넘어설 순 없었다. 당시 유럽 최고의 사치품으로 소비된 설탕(사탕수수) 생산 때문에 벌어진 식민지 수탈과 흑인 노예들의 비참한 삶, 프랑스 혁명의 열기와 환희 이면에 있었던 폭동과 무자비한 살육, 스스로 황제가 된 나폴레옹의 야망과 공화정의 후퇴, 주변 왕정국가들의 경계와 견제 등 역사의 거대한 격랑이 토마 뒤마의 극적인 생애를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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