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손홍규 작가가 8일 낮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래전 내 꿈은 소설가였고 지금 나는 소설가인데 여전히 내 꿈은 소설가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문학사상 제공
“만약 누군가 인간을 파괴하고 싶다면 문학을 파괴하지 않는 이상 결코 인간을 완벽하게 부숴버릴 수는 없다고 믿었다. 문학이 살아 있는 한 인간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잃지 않을 테니까.”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42회 이상문학상'에 손홍규(43·사진)의 중편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가 선정되었다. 8일 낮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 손홍규는 “지금의 저에게 소설 쓰기는 ‘마음의 구조’를 탐색하는 작업”이라며 “앞으로도 저는 ‘마음의 구조’를 더듬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는 사업이 망해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영택과 병원 급식 외주업체 조리원으로 일하는 아내 순희가 집 나간 아들과 용역깡패로 대표되는 사회적 폭력 등을 이유로 갈등을 겪는 이야기다. 서술하는 시점이 현재에서 점점 과거로 돌아가는 점이 독특하다. “이 작품의 바탕 모티브는 꿈이다. 꿈을 꾸는 사람이야말로 불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어떤 시대이든 꿈꾸는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 불온한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다면 꿈에서 이루어야 하고 꿈에서 이룬 것들을 현실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권영민 권택영 김성곤 윤후명 정과리)은 “장편소설이 추구하는 서사의 역사성과 단편소설에서 강조하는 상황성을 절묘하게 조합하고 있는 점에서 중편다운 무게를 보여주고 있다”며 “작가가 즐겨 다루었던 리얼리티의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 이채로울 정도로 새롭다. 이 소설의 서사적 진행 방식은 현재에서 과거로 이끌어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경험적 과거는 기억 속의 회상이 되지만 일종의 환상처럼 처리되고 있다”고 대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17년 1년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한 제42회 이상문학상의 우수작에는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구병모),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방현희), <존재의 증명>(정지아), <새의 시선>(정찬), <파종하는 밤>(조해진)이 선정되었다. 이상문학상 대상에는 3500만원, 우수작에는 300만원이 상금으로 주어지며 11월에 시상식이 열린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사진 문학사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