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항일투쟁과 친일부역, 역사 속 제자리 찾아줘야”

등록 2018-01-04 19:39수정 2018-01-04 19:47

<조선왕조실록> 이후 4년여만
일제강점 35년 시리즈 첫 세권
“독립운동, 치열하고 끈질겼다”
국정교과서 논란이 투지 북돋아

35년 1~3권
박시백 글·그림/비아북·1, 3권 1만4000원 2권 1만5000원

“일제 식민통치 시절, 이 길(항일독립투쟁)로 가면 틀림없이 집안 망하고 목숨 잃을 걸 알면서도 분연히 나섰던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분들 덕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게 후손된 도리라고 믿습니다. 마찬가지로,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본인은 물론 자손에까지 권력과 부를 물려준 친일부역자들도 정확히 기록해야죠.”

2013년 완간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전 20권)으로 국내 대하역사만화의 분수령을 쌓은 박시백 화백이 이번엔 일제 강점기 역사를 다룬 <35년> 시리즈를 들고 돌아왔다. 2001년 시작해 12년에 걸친 전작을 마친 지 4년6개월 만이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병합된 1910년 8월부터 우리 민중의 끈질긴 항일투쟁과 일제의 태평양전쟁 패전으로 해방이 찾아온 1945년 8월까지 꼬박 35년간의 근대사를 촘촘하게 보여준다. 1392년 조선 건국에서부터 1863년 철종까지 472년에 걸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 강제로 끊긴 이후의 역사이기도 하다. 5년 단위로 전체 일곱 권을 낼 계획인데, 1910~1925년 시기를 담은 첫 세 권이 먼저 나왔다.

일제 강점기 역사를 다룬 <35년> 시리즈를 내놓은 박시백 화백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신문사에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역사를 다룬 <35년> 시리즈를 내놓은 박시백 화백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신문사에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 화백은 <조선왕조실록>을 완간하고도 2년 가까이는 책의 일부 오류를 바로잡거나 내용을 보완하는 개정판과 <조선왕조실록 연표>를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마음속엔 이미 <35년>에 대한 구상이 터를 잡기 시작했다. 2015년 중반 이후부터 관련 도서들을 찾아 정독하면서 전체 구성의 윤곽을 잡아 나갔다.

“조선왕조실록은 분량은 방대하지만 텍스트가 하나뿐인데다 재미있어서 오히려 편안했어요. 그런데 근현대사 기록은 자료가 많은데다 관점도 다양해서 작업하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는 이번 책은 1차 사료보다는 단행본이나 기존의 연구성과들을 요약 정리한 정도라고 했다.

박시백 화백의 신작 <35년> 중 1권 뒷표지 그림. 항일비밀결사단체 신민회의 창립멤버였던 이회영과 6형제의 일가 60여명이 대한제국이 일제에 병합된 1910년 겨울 막대한 가산을 처분한 뒤 만주로 망명길에 오른 장면. 비아북 제공
박시백 화백의 신작 <35년> 중 1권 뒷표지 그림. 항일비밀결사단체 신민회의 창립멤버였던 이회영과 6형제의 일가 60여명이 대한제국이 일제에 병합된 1910년 겨울 막대한 가산을 처분한 뒤 만주로 망명길에 오른 장면. 비아북 제공

박 화백은 “자료 조사와 공부를 하면서 ‘우리 민족이 35년 동안 줄기차게 독립운동을 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정말 경이로울 정도예요. 그동안 ‘우리가 한 게 뭐냐. 미국의 원자폭탄 덕분에 해방된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은 친일파들이 퍼뜨린 논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립운동은 끈질기고 치열했습니다. 민족주의 우파든 사회주의 좌파 계열이든 상관없이 자신들의 모든 걸 다 걸고 열심히 싸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가 밝힌 이번 작업의 가장 큰 의미는 ‘제자리 찾아주기’다. “친일해서 자손들까지 부귀영화를 누렸던 자들이 명예까지 같이 누려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일제 부역 세력을 제때 역사적으로 청산하지 못한 건 뼈아프지요. 친일인명사전 등재 인물만 수천명인데, 그 대다수가 해방 이후에도 사회 각계의 주류를 차지하고 민족주의자 행세를 하면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세탁해왔고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가로, 일제에 영합했던 친일파들은 친일파로 자기 자리를 찾게 하자는 게 이 책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박시백 화백의 신작 <35년> 중 2권 뒷표지 그림. 1919년(기미년) 봄 조선이 독립국임을 선언한 3·1혁명은 이후 수많은 독립운동단체들의 탄생과 상하이 임시정부 출범의 기폭제가 됐다. 비아북 제공
박시백 화백의 신작 <35년> 중 2권 뒷표지 그림. 1919년(기미년) 봄 조선이 독립국임을 선언한 3·1혁명은 이후 수많은 독립운동단체들의 탄생과 상하이 임시정부 출범의 기폭제가 됐다. 비아북 제공

박 화백은 “되도록 역사 해석을 자제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까지 최대한 잘 정리해 알려주는 것에 무게를 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사 서술에 어떤 식으로든 기록자의 주관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어떤 사건을 더 주목하고 중요하게 다루느냐부터 주관이 개입되는 거죠. 그런 점에선 역사기록이 저널리즘의 태도와도 상당히 비슷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박 화백은 1996년 한겨레신문에 만평가로 입사해, 2001년 조선왕조실록 작업을 위해 떠나기까지 5년간 몸담은 바 있다.

일제 강점기 역사를 보는 작가의 시각은 각 권의 부제에서 뚜렷이 엿보인다. 제1권은 ‘1910-1915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이다. 일제의 점령과 동시에 우리 민족의 저항도 시작됐다는 뜻이다. 제2권은 ‘1916-1920 3·1 혁명과 대한민국임시정부’다. 3·1만세운동을 ‘혁명’으로 서술했다. 제3권은 ‘1921-1925 의열투쟁, 무장투쟁, 그리고 대중투쟁’이다. 항일투쟁 방식과 참가자들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박시백 화백의 신작 <35년> 중 3권 뒷표지 그림. 1919년 11월 만주 지린성에서 약산 김원봉을 단장으로 결성돼 일제 고관 암살과 관공서 습격 등의 항일무장투쟁을 벌인 의열단 단원들. 비아북 제공
박시백 화백의 신작 <35년> 중 3권 뒷표지 그림. 1919년 11월 만주 지린성에서 약산 김원봉을 단장으로 결성돼 일제 고관 암살과 관공서 습격 등의 항일무장투쟁을 벌인 의열단 단원들. 비아북 제공

책은 특히 한반도뿐 아니라 가까이는 중국과 동남아에서부터 멀리는 유럽과 태평양에서 벌어진 세계대전까지 열강들의 패권전쟁의 배경과 영향까지 설명함으로써 세계사와 지정학적 맥락에서 일제 강점기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돕는다. 각 권 맨 뒤에는 해당 시기에 있었던 항일투쟁사의 세세한 사건들까지 연월일을 밝혀 연표로 정리했고, 등장인물들의 생몰년도와 주요 활동을 요약한 인명사전을 실었다. 또 그 자체로 소중한 역사기록인 ‘사료 읽기’, 단행본만 180여권에 이르는 참고문헌도 일제 강점기에 대한 학습자료 목록으로 손색이 없다.

글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