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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세대 게임의 ‘플레이어’를 찾아라

등록 2018-01-04 18:56수정 2018-01-04 19:03

세대 게임-‘세대 프레임’을 넘어서
전상진 지음/문학과지성사·1만4000원

‘[ ] 카드 게임하기. 인종 카드? 여성 카드? 정치적 카드 게임의 역사.’

사회학자 전상진은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나오는 이 대목을 소개하며 그의 신작 <세대 게임>을 시작한다. 이 빈칸에 ‘인종’을 넣으면, 인종을 이용해 동정여론을 불러일으킨 O. J. 심슨 사건과 ‘멕시코의 불법 이주민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며 지지층의 표를 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온다. 이제 이 빈칸에 ‘세대’를 넣어보자.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로 가르치고 있는 지은이는 세대 게임을 “사람들이 세대를 이뤄 서로 경쟁하고 다투는 활동과, 게임의 판을 짠 집단들이 어떤 이익을 취하기 위해 세대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경쟁이나 싸움을 부추기는 움직임”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대 게임으로 이익을 얻는 ‘플레이어’들이다. 이들은 비난할 세대를 내세워 문제 사안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거나, 아니면 특정 세대를 지지자로 만드는 방법을 사용해 이득을 취한다.

세대 전쟁론자들의 세대 게임 방식은 이렇다. 이들은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노인 부양비가 는다는데 집중한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런 노인들이 수적 우세에 기초해 권력을 쥐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관철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하나하나 따져본다면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 아닌 것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노인이라는 세대는 빌딩주인부터 넝마주이까지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부양세대의 이익을 위해 로비 집단이 활동하지만 눈에 띄는 정치적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지은이는 선악 구도를 동원해 진짜 문제의 원인에 주목하지 못하게 하는 세대 전쟁론자들을 마술사에 비유한다. 마치 마술사가 관중의 이목을 엄한 곳에 쏠리도록 하여 자신의 트릭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대표적인 마술사가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세대 전쟁론을 정책 담론으로 수입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8월에 대국민담화에서 기성세대가 ‘불합리한 고임금’과 ‘경직된 고용’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임금·정규직들이 조금씩 양보와 타협을 발휘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지은이는 박 전 대통령의 논리를 이렇게 정리한다. “청년들의 고통이 감면된 법인세 혜택을 누리는 대기업도, 온갖 불법으로 치부한 재벌도, 무능하고 타락한 정부와 관료와 국회의원도, 이들 모두가 하나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경유착은 책임이 없다. 이게 모두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세대 때문이다!” 그는 이처럼 결코 세대로 설명할 수 없는 불평등을 세대의 문제로 바꾸는 것을 ‘비난의 세대 게임’이라고 명명한다.

박근혜는 감옥에 있지만 여전히 그에게 매달리는 ‘맞불집회’의 노인들, 즉 ‘시간의 실향민’들을 우리는 어떻게 응대해야 할까? 지은이는 그들이 좀 더 수월하게 자신의 생애를 역사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공동체의 역사적 성과와 과오를 특정 개인(예컨대 박정희)의 업적이나 탓으로 돌리는 기괴한 관행을 깨야 한다. (…) 시간의 실향민들이 세대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불리해야, 비로소 자신의 생애를 역사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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