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 R. 선스타인 지음, 장호연 옮김/열린책들·1만5000원 “인류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뉠 수 있다.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사람,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사람, <스타워즈>를 사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 미국의 저명한 법학자이자 오바마 행정부의 규제정책 책임자, <넛지>의 공동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이렇게 단언한다. 그는 학문과 팬심을 넘나들며, 1977년 개봉 당시 감독인 조지 루카스조차도 실패할 것이라 전전긍긍했던 이 영화가 어떻게 우리시대의 신화가 되었는지를 탐색한다. 40년 동안 복잡하게 가지를 뻗으며 발전한 스타워즈 시리즈를 새롭고, 깊게 다시 정리하는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은 기독교,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페미니즘, 반란과 공화국의 미덕에 대한 제퍼슨식 세계관, 제국에 대한 매혹, 지하드, 선과 악, 불교 등의 키워드로 영화를 다시 읽는다. “공화국과 제국을 이야기하면서, 민주주의와 파시즘을 대비시키는” 이 영화엔 정적을 압박하고 민주당사 도청까지 했던 닉슨 해정부에 대한 비판과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했던 시대상이 녹아 있다. 스타워즈의 핵심은 우주 최고의 악당이 된 아버지와 그에 맞서는 반란군이 된 아들의 이야기다. 결국 아들은 아버지를 용서하고, 아버지는 자신을 희생해 아들을 구한다. “루크가 은하계 최고의 악당을 용서했다면,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부모란 없다.” 영화는 운명이나 예언이 아닌 개인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곳곳에 담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게 두려웠던 아나킨의 잘못된 선택이 비극을 부르지만, 아들 루크는 그와 다른 선택을 하고 그 결과 아나킨도 자신의 선택을 통해 구원 받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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