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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어려움 속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하다

등록 2017-12-21 20:31수정 2017-12-21 20:55

2017년 출판계 결산
송인서적 부도, 책 판매 감소
독립서점 붐, 국제도서전 성황
페미니즘·과학 강세 잡지로 이어져
저성장사회 ‘지금 여기 나’에 집중

여전히 어려웠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지난 1월 도서유통분야 2위 도매업체였던 송인서적이 부도를 내면서 출판계는 힘들게 한 해를 출발했다. 박근혜 정부가 ‘진보좌파’로 낙인찍은 저자와 출판사들을 세종도서 등 정부 지원 대상에서 빼버리는 ‘블랙리스트’를 가동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출판인들은 뒤늦게 분노를 터뜨려야 했다. 하지만 독립서점 붐, 서울국제도서전 성공, 문고·잡지 출판 다양화처럼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들도 눈에 띄었다.

올 한 해 책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가 통계청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올 상반기(1~6월) 서점출판업 생산지수(매출액 기준)는 12.3% 감소했다. 온라인서점의 거래액을 중심으로 작성되는 서적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이 기간 70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송인서적 부도 여파로 책 공급이 지체된 중소형 서점은 매출이 떨어지고, 대형서점은 지점을 늘리면서 예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이 늘었지만 중고서점이 급성장하는 등 전반적으로는 책 판매가 줄어드는 최근의 흐름이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 3년째 접어들어 긍정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도서정가제로 가격경쟁력이 확보되자, 독립서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매년 100여곳 정도 생겨나는 추세다. 또한 지난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판인들이 적극적으로 행사 아이디어를 낸 데 힘입어 정가제 시행 전인 2014년 13만명보다 많은 역대 최다 인원인 20만명을 동원했다. ‘할인행사 안 하면 사람 안 온다’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깬 것이다.

1~2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페미니즘과 과학서적 출간 강세가 잡지 창간으로까지 확대됐다. 여성잡지 <우먼카인드 한국판>(바다출판사)과 메이커 운동 정신을 표방한 <메이커스: 어른의 과학>(동아시아), 과학비평잡지 <에피>(이음)의 창간은 페미니즘과 과학 분야에 형성되어 있는 단단한 독자층을 출판계에서 확인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정통 자기계발서 시장이 위축되는 대신, 에세이와 인문·과학책이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띠는 모습이 보였다. ‘변종 자기계발서’의 출현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인문·과학책의 붐이 인다고는 하지만 인문학 서적이라기보단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띠고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변종 자기계발서”라고 봤다.

‘장기저성장사회’의 전망이 ‘지금 여기 나’에 집중하는 세태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간단히 말하면 올해 출판의 트렌드는 ‘나’다.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이나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같은 ‘나’를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팔렸다. 욜로(YOLO, 인생은 한 번뿐)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아무리 지금 노력해도 미래가 좋아진다는 전망이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의 나의 행복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고양이나 시바견 등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책이 쏟아져나오는 것도 1인 가구, 비자녀 가족 등 줄어든 가족의 빈자리를 반려동물로 채우는 사회적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엔 기동성과 다양성을 앞세운 문고나 전자책이 트렌드로 올라설 것이란 관측이다. 위고·제철소·코난북스 등 1인 출판사들이 함께 만든 ‘아무튼’ 시리즈와 민음사의 ‘쏜살문고’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성장이 정체된 단행본 시장보단 급성장하고 있는 만화, 게임, 웹소설이 앞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것이라 본다. 관련 업체들이 새로 편집자를 뽑는 등 실제 움직임이 있다. 2천원가량의 50쪽 이내의 전자책들이 대중화되는 등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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