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지영·김홍미리 지음/한권의책·1만4000원 왜 여성들은 한 달에 한번 하는 생리를 마치 안 하는 것처럼 티 내지 말아야 할까. 왜 남성의 무표정은 골똘히 생각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반면 여성의 무표정은 화가 난 것처럼 보일까. 왜 학교 운동장은 하나같이 축구장 모양이고 남자아이들의 것이 되는 걸까. 두 명의 여성주의 연구자가 공동으로 작업한 이 책은 페미니즘 입문서다. 이론적인 입문서가 아니라 늘 그래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겨졌던 성적 불평등의 고정관념들에 대해 환기하는 ‘실전’ 입문서다. 제목처럼 원래 여자는 수학을 못해, 원래 여자는 신체 활동을 싫어해, 원래 남자는 성욕이 강하고 공격적이야 같은 유구한 고정관념들에 숨겨진 빈약한 실증적 논리와 공고한 남성중심주의를 쉽고 간결한 글쓰기로 알려준다. 한 예로 가정폭력에 대한 한 필자의 사례가 흥미롭다. 평범하고 안정된 가족에서 자란 필자는 가정폭력은 머나먼 세상 이야기로만 알고 성장했다. 그런데 여성주의를 공부하면서 되새겨보니 필자의 머릿속에 그려진 가정폭력의 이미지는 ‘멍들고 처참한 피해자의 모습’뿐이었다. 물론 엄마도 필자도 그런 경험은 없지만 돌이켜 보면 사소한 엄마의 실수에 아버지는 늘 과하게 화를 냈고 엄마는 과하게 미안해하면서 갈등이 봉합되곤 했다고 한다. 이를 가정폭력이라 불러야 할지는 물음표지만 길들여진 억압과 통제라는 게 필자의 견해다. 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의 질문이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고 썼다. “페미니즘은 정답이 없고 움직이는 질문과 잠정적인 답변 속에서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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