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TV 중독자가 보내는 서툰 위로
이승한 쓰고 들깨이빨 그리다/한겨레출판·1만3000원 칼럼니스트 이승한의 <한겨레> 연재 칼럼 ‘술탄 오브 더 티브이’가 <먹는 존재>로 대중에게 친숙한 들깨이빨의 만화와 함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제목부터 참 독특하다. ’어느 TV 중독자가 보내는 서툰 위로’라니! 흔하디 흔한 연예인 이야기 책이 아니다. 지은이의 말처럼, “‘누군가를 위로하는 재능이 없지만’ 연재를 하며 사람을 이해하게 됐고, 누군가를 비판·공격하기 이전에 그가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을지 이해하려고 노력한 발버둥”의 흔적이다. 제목 못지않게 내용도 독특하다. 실패한 아이돌에서 저항과 반항이 아닌 주눅 든 청춘의 얼굴로 배우로 거듭난 임시완, ‘주연급 외모’가 아니어서 데뷔 22년 만에 뜬 라미란, 콤플렉스를 넘어 고난과 좌절의 시간을 ‘잘 살아낸’ 이영자 등 땀과 눈물로 끝내 좌절과 역경을 극복한 연예인 30여명의 삶을 따스한 ‘공감’의 시선으로 녹여냈다. 연예인을 매개로 청춘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에 가깝다. 시험을 앞두고 괴롭거나, 취업하지 못해 고통스럽거나,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쌓인 이들이 공감할 내용들이 빼곡하다. 어찌 보면 연예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특정 여성 아티스트를 성적으로 비하했던 래퍼 블랙넛, 태도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탤런트 김유정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온기가 묻어 있다. 이들 역시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제 길을 꿋꿋이 가고 있는 청춘이다. 그동안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조직과 사회 탓만 해온 것은 아니었을까. 새삼 뜨끔해졌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이들이 떠올랐다. 기꺼이 일어나 ‘춤’을 추고 싶어졌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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