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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진핑은 어떻게 중국의 ‘교황’이 됐나

등록 2017-11-09 19:26수정 2017-11-09 21:06

영국의 중국 전문가가 본 시진핑
부패 문제 없던 게 결정적
“안정적 발전에 시진핑이 적임”
CEO 시진핑-시진핑의 국가경영 리더십
케리 브라운 지음, 도지영 옮김/시그마북스·1만8000원

지난달 24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은 ‘시진핑 사상’을 당헌에 삽입하고 새 지도부 선임 과정에서 후계 지명을 하지 않아 1인 지배 체제를 확고히 했다. 총서기직을 연임한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이론’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마오쩌둥 사상’과 똑같은 반열에 자신의 사상을 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불리는 시진핑은 누구이며 어떻게 이런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일까.

케리 브라운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라우 중국연구소 소장이 쓴 (원제는 ‘최고경영자, 중국: 시진핑의 부상')은 이런 궁금증의 일부를 풀어준다. 2016년 4월까지의 상황을 다뤄 최근 상황까지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베이징 주재 영국대사관의 1등 서기관 경력 등 20년간 중국 관련 활동을 해오고 중국 관련 저서를 10권이나 펴낸 전문가답게 나름의 시각을 보여준다.

10월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다는 뉴스가 중국 베이징의 길거리 위로 비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월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다는 뉴스가 중국 베이징의 길거리 위로 비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해로 64살인 시진핑은 마오쩌둥 군부의 장성인 시중쉰의 아들로 태어났다. 시진핑은 부모가 전형적 엘리트 계급인 ‘태자당’으로 유치원부터 엘리트 계층의 자녀들과 함께 다녔다. 하지만 시중쉰이 출판을 허가한 소설의 내용이 이후 문제가 돼 직위해제됐고, 1966년 문화혁명이 일어난 뒤엔 베이징에서 추방됐다. 시진핑은 문혁 기간 실시한 농촌 하방 정책에 따라 16살의 나이로 가족과 떨어져 시골 지역인 산시성으로 가야 했다.

이 7년간의 하방은 후일 그에게 정치적인 자산이 돼줬다. 시진핑은 후진타오 같은 마오쩌둥 이후의 주석들과는 달리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자주 이야기했는데, 그때마다 자신이 하방 경험으로 농촌과 민중들의 힘든 삶을 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방 당시 그는 10번의 시도 끝에 공산당에 입당했고, 베이징의 명문 칭화대학 화학공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마오쩌둥이 1976년 사망한 이후 덩샤오핑이 집권하자, 아버지 시중쉰은 명예를 회복하고 광둥성 제2서기에 임명돼 개혁개방 정책의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Hero of the revolution' ... Xi Zhongxun, pictured with his son, Xi Jinping. Photo: Supplied
'Hero of the revolution' ... Xi Zhongxun, pictured with his son, Xi Jinping. Photo: Supplied

시진핑은 1983년 행정부의 가장 낮은 단계인 촌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이미 군이 주도하는 시대는 갔고 앞으로 관료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폭넓은 경험을 쌓고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위로 올라가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따랐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은이는 추측했다. 그는 개혁개방의 최전선이었던 푸젠성의 샤먼, 같은 성의 빈곤 지역인 닝더 등 다양한 지역으로 보내져 능력을 시험받았다. 샤먼 시기에 결혼한 가수 펑리위안 또한 시진핑을 대중이 가깝게 느끼게 하는 이유가 됐다. 2002년 저장성 당 서기 시절에는 마윈의 알리바바 등 지역 기업을 후원하고 외국 기업을 유치해 한해 33%란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2007년 후진타오가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했을 때, 시진핑은 후임자로 물망에 오른 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2007년 중국의 최고 권력집단인 7인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위원으로 지명받았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준비위원회 의장으로 큰 사고 없이 사상 첫 종합 1위로 올림픽을 치러냈다.

시진핑이 2012년 주석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부패 문제가 없던 점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시기에 물질적 과실을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시진핑은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개인적인 이득을 생각하지 않고 당에 헌신”했음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보시라이 같은 실력자들이 부패 문제로 낙마할 때, 가족들이 자신의 권역으로 들어와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극히 조심하면서 자신을 지켰다. 시진핑이 여러 번 반복해온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려는 사람은 정계에 입문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그의 이런 면모를 잘 보여준다. 그렇기에 공산당이 교황이나 마오쩌둥처럼 ‘정신적 지주’가 돼야 하는 주석 자리에 시진핑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raises his hand to show approval of a work report during the closing ceremony for the 19th Party Congress at the Great Hall of the People in Beijing, China, Tuesday, Oct. 24, 2017. (AP Photo/Ng Han Guan)/2017-10-24 14:09:50/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raises his hand to show approval of a work report during the closing ceremony for the 19th Party Congress at the Great Hall of the People in Beijing, China, Tuesday, Oct. 24, 2017. (AP Photo/Ng Han Guan)/2017-10-24 14:09:50/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중국 공산당이 경제 성장 없이는 권력을 유지하기 어렵겠지만, 동시에 도덕적 정당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는 것 없이 중국 13억 인민을 이끌어 갈 수 없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공산당 권력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거대 조직이 되지 않고 인민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당 내부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고, 여기엔 부패 문제가 없는 시진핑이 적임자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진핑은 이념적으로는 마오주의자가 아니지만, 이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마오와 매우 비슷하다고 짚는다.

선거가 없기에 정권이 바뀌지 않아 100년 후의 상황을 예측하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점은 중국 공산당의 강점이다. 중국 공산당이 그리는 대로, 2035년 중국은 여전히 통일된 상태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공산당도 여전히 권력을 지키는 상황일 수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충당하며, 도시 중산층이 전체 인구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국민 대부분이 중산층으로 이뤄진 평등한 사회로 바뀌어 있을 수 있다.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center, waves during a press event to introduce the new members of the Chinese Politburo in Beijing's Great Hall of the People Wednesday, Oct 25, 2017. The seven-member Standing Committee, the inner circle of Chinese political power, was paraded in front of assembled media on the first day following the end of the 19th Communist Party Congress. (AP Photo/Ng Han Guan)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center, waves during a press event to introduce the new members of the Chinese Politburo in Beijing's Great Hall of the People Wednesday, Oct 25, 2017. The seven-member Standing Committee, the inner circle of Chinese political power, was paraded in front of assembled media on the first day following the end of the 19th Communist Party Congress. (AP Photo/Ng Han Guan)

정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해상 국경이나 대만 문제를 두고 미국이나 일본과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한계에 다다른 자연 파괴로 대규모 기후 재앙이 상시로 일어나는 곳이 될 수도 있다. 소련처럼 공산당이 붕괴하고 군에 의한 과두제가 시행돼 많은 농촌 도시들이 버림받아 유령 도시가 될 수도 있다.

지은이는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은 중국만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한다. 13억 인구가 살고 세계에서 두번째 국내총생산(GDP)을 만들어내는 중국이 추락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시진핑이 이끄는 공산당이 그러한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줄 최선의 방책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는 셈”이라고 말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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