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지 요시노 지음, 김현경 한빛나 옮김/민음사·2만2000원 영화배우 찰리 쉰의 아버지이자 드라마 <웨스트윙> 출연자로도 잘 알려진 마틴 쉰은 자신의 민족적 배경을 감추기 위해 라몬 에스테베스라는 본명을 사용하지 않는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항상 각료 회의 전에 휠체어를 책상 뒤에 숨겨놓았다. 이처럼 주류 가치관에 맞춰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숨기는 것을 ‘커버링’이라고 한다. 뉴욕대 헌법학과 교수이자 동성 부부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게이이면서 일본계 미국인으로 이중의 소수자인 켄지 요시노도 이런 커버링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의 동료 교수는 요시노가 동성애 주제를 연구해 자신의 정체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것 보단 너무 티를 내지 않는 편이 종신 교수 자격을 얻는데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커버링-민권을 파괴하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에서 이같은 커버링을 하라는 요구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곧 주류 사회에 동화되는 조건으로 영혼을 팔라는 것과 같다고 본다. 그는 이를 “우리에게 세상에서 작아지라고 요구하는 것이고, 이성애자의 특권을 단념하라고 요구하는 것이고, 따라서 평등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는 백인이든 아시아인이든, 동성애를 비판하는 종교인이든 동성애자이든, 모든 사람들은 ‘완벽한 정상성’에는 이르지 못하고, 반드시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성을 지니고 있고 그렇기에 ‘커버링’을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특히 법이라는 “현실의 반영일 뿐 아니라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영역”에 있어서 이같은 새로운 시야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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