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규 지음·김덕기 그림/마음서재·1만4000원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소설가 정태규(59)의 여섯 번째 책. 몸에 근육이 사라져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그는 글을 놓지 않았다. 안구의 이동과 깜빡임을 인식해 철자를 만드는 안구 마우스로 글을 썼다. <당신은 모를 것이다>에는 루게릭병 환자 평균 생존기간(3~5년)을 넘는 7년 동안의 투병기와 함께 단편소설 3편, 에세이가 실렸다. 발병 초기부터 “잎맥만 남기고 깨끗하게 갉아 먹힌 나뭇잎” 같은 최근까지 삶을 상세히 기록했다. 꽃과 가족을 경쾌한 온기로 그려내는 화가 김덕기의 그림들이 정태규의 문장과 함께한다. 이 책에서 생의 고요한 진동에 조율된 정신을 보았다. 내 속에 있지만 평소엔 잘 못 느끼고 사는 심장박동의 리듬 같은 것.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음과 그동안에 가야 할 길을 아는 이는 서두르지 않는다. 불행과 행복의 차이가 별 소용 없는 길. “다만 두려운 것은 죽음에 대해, 육체의 감옥에 갇혀 눈만 깜박일 수밖에 없는 불행에 대해, 나 자신이 분노나 공포의 감정에 사로잡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그는 페이스북 ‘스타 작가’로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또한 사랑의 길. “차가운 병상에 어떤 신도 나를 구하러 오지 않았지만 이 벗들만은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 희망 없는 병상에 이 벗들이 희망이었음을.” 글감은 온통 몸을 주물러주는 가족과 안구 마우스를 장만해준 문우들, 이 마우스로 쓴 글을 읽어준 독자다. 어려움을 공유할 사람을 갖는 것만이 특별한 축복이며, 내가 사랑한 이들의 총합이 곧 삶이라는 본질이 잎맥처럼 선명하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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