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페미니즘 성교육
페기 오렌스타인 지음, 구계원 옮김/문학동네·1만6500원 ‘여자는 섹시하되 난잡하게 보이지 말아야 한다’ ‘섹스를 안 하는 여자는 내숭을 떠는 것이지만, 활발히 성생활을 하는 여자는 걸레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이중사고’(doublethink,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믿는 것)만큼은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닌 여성들을 옥죄는 현실이다. 미국의 한 여고생은 이렇게 묻는다. “부정적인 것의 반대가 긍정적이라지만, 이 문제에서만큼은 양쪽 모두 부정적이에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춘기를 맞는 딸을 둔 엄마이자 저널리스트인 페기 오렌스타인은 이런 모순적인 성의식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자신과 세상의 많은 딸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인이 성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연령인 15살에서 20살 사이의 여성 70여명과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미국인의 첫 성경험 나이는 17살이고, 19살 청소년의 4분의 3이 성경험이 있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은 그 귀 기울임의 결과물이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기가 쑥스럽거나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러 조사가 보여주듯 십대들은 성경험을 하기 전에 부모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한다. 지은이는 부모나 교사, 아니면 비슷한 관계에 있는 누군가는 십대들이 자신을 지키면서도 행복한 섹슈얼리티를 경험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딸이 서로 배려하는 평등한 관계 속에서 바라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를 바라는가? (…)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한 다음 건강한 관계, 소통, 만족, 즐거움, 상호성, 윤리, 그리고 발가락이 저절로 구부러질 정도의 짜릿한 쾌락에 대해 자녀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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