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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나는 어떤 미래에서 살게 될까?

등록 2017-10-12 20:06수정 2017-10-17 09:24

SF 작가 4명이 쓴 이야기 25편
과학기술이 현실화된 미래
거기서 나의 역할은 뭘까?

SF 크로스 미래과학
김보영·김창규·곽재식·박성환 지음/우리학교·1만4000원

‘4차 산업혁명이 온다’, ‘특이점이 온다’…. 인공지능과 나노기술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미래는 지금과는 엄청나게 다른 모습일 거라는 이야기가 쏟아져나온다. 하지만 정작 그런 미래를 살아갈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이 주제와 관련해 읽을 만한 책은 많지 않았다. 〈SF 크로스 미래과학〉은 그런 점에서 자라나는 세대와 학부모들이 반가워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새로운 과학기술을 소재로 한 25편의 공상과학(SF)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공상과학 작품을 주로 써온 작가 4명이 돌아가면서 짧은 이야기를, 복잡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 보여주기 때문에 바로 피부에 와닿는다. 그렇게 이야기가 6편씩 끝날 때마다, 등장했던 과학기술을 설명하고 실현 전망을 담은 해설 글이 이어져 좀 더 정확한 이해를 돕는다.

미래의 어느 날, 학습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으로 가동되는 ‘스마트 하이웨이’가 깔린다. 컴퓨터가 모든 자율주행 자동차와 연결돼, 길이 덜 밀리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차량을 자동으로 운행한다. 이 때문에 도로관리기관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할 일이 없어져 버린다.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것뿐이라 보고서를 예쁘게 만들고, 회식에서 사람들을 웃길 개그를 연습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과학 저술가 하리하라는 추천사에서 “문제에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다만 그나마 현실적인 답이라면 어떻게든 날개를 움직여 나는 방법을 찾아내는 동시에 최대한 시야를 확보해 앞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라고 썼다. 우리학교 제공
과학 저술가 하리하라는 추천사에서 “문제에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다만 그나마 현실적인 답이라면 어떻게든 날개를 움직여 나는 방법을 찾아내는 동시에 최대한 시야를 확보해 앞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라고 썼다. 우리학교 제공

또 다른 미래, 몸속에 단백질로 만든 나노미터 크기의 칩으로 매초 신체 상태를 검진해, 사실상 암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150~200년을 살게 된다. 건물 붕괴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2~4년간 나노기계로 재건 치료를 받으면 사고 이전의 다리로 돌아갈 수 있어, 이 시대엔 사실상 장애인이 사라지게 된다. 눈에 인공감각기를 이식받은 사람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엄청나게 많은 별을 보며 황홀해하고, 커피 가게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는 코가 유전자 개량으로 개보다 민감한 후각을 지니게 돼 다양한 커피의 향을 엄청나게 섬세하게 구분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달로 아기들은 ‘욕심 많지 않은’ ‘키는 중간보다 큰’ ‘면역력이 강한’과 같이 부모들이 미리 선택한 신체와 정신,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다. “원하시는 아이를 장바구니에 담으세요. 날개 달린 아이? 다리가 여덟 개인 아이? 영원히 사는 아이? 그것을 과연 인류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정의를 뒤흔드는 과학기술이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그때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지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한 문제다. 이 책을 읽은 미래 세대들은 자신이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낙담할까, 아니면 지금 당장은 할 수 없는 놀라운 경험을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렐까. 청소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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