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잠깐 독서] 낯선 길을 걸으며 오래된 생각을 긷다

등록 2017-09-21 19:24수정 2017-09-21 19:48

생각을 걷다
김경집 지음/휴·1만4000원

“하루에 하나씩 화두를 잡고 뚜벅뚜벅 걸었다. 그것은 하나의 독서였다. 안나푸르나를 한 바퀴 도는, 한 권의 책을 읽은 실존의 독서였다.”

인문학자 김경집이 히말라야를 걸으며 붙든 18개 화두를 모아 <생각을 걷다>를 펴냈다. 그의 생각은 히말라야를 가기 전의 설렘에서 시작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산을 넘은 다음 새삼 깨달은 삶의 공평함에서 끝난다. “여행은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생각의 이동”이라는 그가 “안나푸르나 라운드”를 돌면서 묻고 답한 생각은 우리가 평생 고민하는 문제와 다르지 않다. 반복, 결핍, 비겁, 위기, 관용, 희망, 사랑 등 끝없이 반복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를 그도 길 위에서 붙든다.

그 생각의 길에는 최영미, 백무산, 고은의 시구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남긴 말이나 공자와 예수의 행적이 동행한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인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의 산행에 동행할 가치가 있다. 마치 생각의 가이드처럼 저자는 동서고금의 명문과 지혜에 바탕해 자신의 문답을 들려준다.

같은 행위의 다른 반복이 걷기가 아닐까. 매번 하는 동작의 근본은 같지만, 숨이 차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고 풍경이 달라지면 기습하는 깨달음이 있다. 저자는 히말라야의 우여곡절을 걸으며 낯선 것이 자극하는 오래된 생각을 길어 올린다. 지극히 단조롭다는 안나푸르나의 길을 돌아보며 그는 “단순해지니 저절로 물음이 쏟아진다. 주변에 빼앗겼던 정신을 되찾기 때문일 것”이라고 썼다. 가톨릭 신자인 저자는 “너희는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는 부처의 가르침으로 여정의 기억을 마감한다. 히말라야를 걸어온 생각이 다다른 공존과 관용과 사랑의 길이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소방관’ 곽경택 감독 호소 “동생의 투표 불참, 나도 실망했다” 1.

‘소방관’ 곽경택 감독 호소 “동생의 투표 불참, 나도 실망했다”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2.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우리가 지구를 떠날 수 없는, 떠나선 안 되는 이유 3.

우리가 지구를 떠날 수 없는, 떠나선 안 되는 이유

윤종신·김이나 등 음악인 762명 “윤석열 탄핵·즉각 체포” 4.

윤종신·김이나 등 음악인 762명 “윤석열 탄핵·즉각 체포”

중립 기어 밟는 시대, 가수 이채연의 ‘소신’을 질투하다 5.

중립 기어 밟는 시대, 가수 이채연의 ‘소신’을 질투하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