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학원으로 바쁜 아이들
마음대로 놀고 싶은 바람 담아
만화처럼 익살스러운 그림 눈길
마음대로 놀고 싶은 바람 담아
만화처럼 익살스러운 그림 눈길
김성미 글·그림/북극곰·1만3000원 ‘돼지꿈’은 흔히 길몽으로 본다. 재물이 생길 꿈이라는 해석이 많다. 자다가 돼지를 만난 이들은 다음날 ‘운수 좋은 날’을 기대한다. 그림책 <돼지꿈>도 그런 이야기일까? 책은 주인공 소년의 독백으로 풀어간다. 소년은 오늘도 일찍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선다. 피곤한 아빠는 하품을, 학교에 가기 싫은 소년은 한숨을 쉰다. 소년은 생각한다. ‘학교는 왜 가는 걸까.’ 소년에게 학교는 즐거운 곳이 아니다. 졸다가 선생님께 혼나고, 여자친구 때문에 친구와 싸워 벌서고, 급식은 맛없고, 시험도 보며, 무서운 형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게다가 학교가 끝나면 더 바빠진다. 태권도·미술·영어·피아노 학원까지 쉴 틈이 없다. 어깨는 처지고, 한숨은 다시 길게 나온다. 열심히 공부하면 세종대왕, 간디, 링컨 대통령, 아인슈타인, 이순신 장군 같은 위인전 속 멋진 인물이 되는 걸까. 소년은 하늘을 바라보며 꿈을 말한다. “돼지가 돼서 실컷 놀고 싶어.” 소년의 꿈은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지나간 뒤 기적처럼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돼지 얼굴을 한 소년을 보고 깜짝 놀란다. 소년은 기뻤다. 이제 바라던 대로 실컷 놀 수 있겠지…. 억울하게도 현실은 그대로다. 소년은 ‘울상’인 돼지 얼굴로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런 소년을 가엾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빠가 말한다. “아들, 우리 오늘 그냥 놀까?” 재물은 안 생겼지만 ‘운수 좋은 날’임은 틀림없다. 학교와 회사를 가지 않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소년과 아빠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소년의 얼굴은 다시 제 얼굴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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