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손순옥 지음/들녘·1만3000원 전쟁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군인이 아니라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전쟁은 전장의 치열함, 무기의 위력만으로 구성되는 스펙터클이 아니다. 끌려가길 두려워하는 청년, 참전군인의 상처와 고통, 그리고 전쟁 분위기에 억눌린 전체 사회. 반전운동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시선이자 비판이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전시 국민 총동원’ 사회 일본에도 반전시가 있었다. 전투란 공포에 전율하는 군인, 아우의 생존이 간절한 기도인 누나…. 대동아 공영의 명분으로, 천황의 이름으로 일본 제국주의가 숨겼던 ‘전쟁의 내면’이 <아우여 죽지 말고 돌아와주오>에 담겼다. 손순옥 중앙대 명예교수가 추리고 번역하고 해설한 일본 반전시 해설서다. 후쿠타 마사오는 병사를 태운 기차의 출발을 두고 “죽으러 가는 것이다. 죽으러 가는 것이다… 나는 만세를 부르기에는 모든 것을 지나치게 알고 있다”(열차와 손수건)고 고백했다. 가네코 마쓰하루는 “호적부여. 빨리 태워져버려라./ 그 누구도. 내 아들을 기억하지 마라.”(후지산)고 한탄했다. 국민의 솥단지까지 총동원하고도 패배한 전쟁 후에 남은 것은 눈꼽만큼의 영광도 없는 상처다. “그대들/ 울어도 눈물이 나올 데가 없다/ 울부짖어도 언어가 될 입술이 없다”(응급 치료소에서) 원폭 피해 현장에서 히로시마 시인 도케 산키치는 울부짖었다. 물론 전쟁은 남자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여성인 이바라기 노리코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조국은 전쟁에서 패했다/ 그런 멍청한 일이 또 있을까/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 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설치고 다녔다”(내가 가장 예뻤을 때)고 전후의 허무를 전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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